writer. 서유미
반려 애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내 반려동물일 수밖에 없다. 어느덧 10살이 됐지만 아직 살날이 창창하게 남은 거북이 2마리. 핫케이크와 팬케이크.
거북이를 키운다고 하면 대체로 반응은 두 가지였다.
“거북이를 왜 키우세요?”
“거북이 수명 진짜 백 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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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답하자면, 거북이를 키운 이유는 일종의 계시였다. 내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던 인생이었는데, 고3 때 너무 뜬금없이 ‘거북이를 키워야 해’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 즉시 홈플러스로 가서 반수생 거북이 2마리를 입양했다.
갑자기 거북이를 키우게 된 후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반려동물로 대표되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니라 거북이를 키우게 된 건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 질문을 받고 나서야 내가 왜 거북이를 키우게 됐는지 생각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존재를 택했던 것 같다. 거북이에 대해 흔히 알고 있는 편견들이 내게도 심겨 있었기 때문이다. 거북이라면 응당 느리고, 차분하고, 조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추구하고 나와 상성이 맞을 유일한 생명체라고 생각했기에 계시처럼 번뜩 거북이를 선택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세상이 만들어낸 편견이었다. 반수생 거북이는 거북이계의 폭주족이다. 바다거북이나 육지거북이는 어떨지 모르지만, 반수생 거북이는 개구리에 가깝다. 육지에 내려놓기만 하면 질주가 시작된다. 애초에 빠르게 걸을 수 없게 설계됐는데 자신도 느린 속도가 답답한지, 본인의 팔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한 번에 움직여 우당탕 점프하는 것처럼 되기도 한다. 강아지 정도의 기동력을 가졌다면 거북이는 보더콜리의 파트너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거북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조용 / 진정’이다.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던 거북이는 관계가 바뀌어 내가 진정시켜 줘야 하는 대상이 됐다. 하지만 오직 그 점만을 원해서 키우게 됐고 좋아한 게 아니란 듯, 이런 산만하고 정신없는 모습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내 기를 빨리게 하긴 했지만, 그만큼 내게 주는 에너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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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많이 받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반수생 거북이는 육지거북이나 바다거북이처럼 100년을 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에 따르면 반수생 거북이는 보통 20년을 살고, 종에 따라 40년까지 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어찌 됐든 내 수명보다는 짧은 아이들이라 다행이었다. 만약 100년을 살았다면 거북이를 이어서 키우기 위한 상속자를 지정해야 했을 텐데, 한순간에 계시를 받고 선택한 결정치고는 거창한 과정을 거칠 뻔했다.
생각보다 오래 사는 건 아니지만, 다른 반려동물보다는 오랫동안 끈질기게 부딪히며 살아야 하는 건 맞다. 그래서인지 이별보단 얘네가 더 크면 도대체 얼마나 큰 리빙박스를 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강하게 든다. 이별이 아득하긴 하지만, 굳이 이별을 떠올리면 더 아린 느낌이 든다. 이별이 늦다는 말은 이 아이들과 함께 살날이 길다는 말이고, 그만큼 내가 쏟는 마음의 총량이 늘어간다는 말이었다. 내가 정을 주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거북이가 떠날 때 오는 상실감도 늘어날 것이다. 오래 살아서 좋긴 하지만, 그만큼 이별이 더 모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따라왔다.
앞서 거북이가 폭주족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거북이의 느린 습성 덕분에 다른 반려동물보다는 조용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긴 하다. 그래서 서로 조용히 할 거 하면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여기듯 데면데면하게 살고 있는데도 거북이는 조용하게 나의 마음에 단단하게 들러붙었다. 접착제도 시간이 지나야 고정력이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거북이는 긴 시간 동안 얼마나 강하게 내게 붙어있다가 한순간에 그 자리를 도려낼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단단한 그 자리에 구멍이 뚫리기 전부터 상실감을 느끼기보단, 입체적인 모양으로 자리 잡은 거북이들을 더 애정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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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북이를 키운다고 할 때 나오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할 시간이다.
거북이를 왜 키우냐고요? 일단 압도적인 이유는 귀엽습니다.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거북이 100년 사냐고요? 케바케지만 일단 우리 애들은 아니고, 얘네도 사람처럼 당장 내일 돌연사 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거북이에 대해 만든 편견 덕분에 편견에 찌든 나는 다른 점을 발견할 때마다 늘 새로움을 느끼며 거북이의 매력에 더 빠져들고 있다. 느리지만 성격은 급하고, 조용할 때도 있지만 시끄럽기도 한 거북이는 자신만의 생명력을 내뿜으며 내 곁을 꽤 오래 지키고 있을 것이다.
거북이의 적당한 장수를 함께 빌어주세요.
+) 입양 당시 엄지손가락만하던 거북이들은 이제 내 손 3개의 크기로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