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출첵(?)을 위한 짤막한 에세이
KF 94.
맨 처음 들었을 땐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최첨단 전투기 모델 이름 같았다.
저 짧은 이름을 외우지 못해 와이프에게 전화로 확인하고 문자로 받고 인터넷에 '코로나 마스크'라고
검색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숨쉬기도 힘든 그놈의 마스크가 뭐 그리 좋다고 나라에서 공짜로 두세 개 준다기에 맛집에서도 줄 서지 않던 내가 보건소 앞에서 지그재그로 줄 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 후배 한 명이 코로나 의심된다며 연습에 빠졌다.
검사결과 다행히 그냥 감기몸살이었지만 불과 몇 년 전 공연 한 달 앞두고 상대역 파트너와 커플로 확진판정받고 며칠 격리생활했던 때가 떠올랐다.
격리 마치고 연습실로 돌아왔을 때 걱정과 위로와 함께 느껴지던 매의 시선을 아직 기억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고 이제 2025년 가을이다.
그해처럼 의무적(법적)으로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지만 독감 유행 때문인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든, 쌩얼을 감추기 위해서든..
KF가 무슨 약자인지 알았었는지 기억나지 않고 다시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내 맘대로 말장난을 하자면 Korea' Fall.
한국의 가을이라고 하고 싶다.
한국의 가을 2025, 한국의 가을 2026,..
이렇게 가을이 돌아올 때마다, 가을 찬바람이 느껴질 때마다 사람들은 꼭 KF 94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디자인의 마스크를 챙겨 쓰며 각자의 건강을, 각자의 가을을 챙길 것이다.
어쩌면 나처럼 KF94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음 달에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 공연이 있다.
요즘 뇌 전체가 KF94 여러 개로 감싼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