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이 사십에 미움을 보인다면 그것은 이미 끝난 것이다.(자왈 연사십이견오언 기종야이 子曰 年四十而見惡焉 其終也已)” 공자 시대의 사십은 요즘 평균나이로 환산하면 아마 오십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공자의 말씀을 시대에 맞게 “나이 오십에도 다른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그 인생은 끝난 것이다.”라고 바꿀 수 있을 것 같군요. 논어 ‘양화편’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는 일곱 가지 유형이 나옵니다. 첫째,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들춰내는 사람.(오칭인지악자 惡稱人之惡者) 둘째,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는 사람.(오거하류이산상자 惡居下流而訕上者) 셋째, 용감하지만 무례한 사람.(오용이무례자 惡勇而無禮者) 넷째, 과감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오과감이질자 惡果敢而窒者) 이 네 가지는 공자께서 말씀하신 미움 받는 자들이고요. 다섯째, 자신의 편견을 내세우며 지혜롭다고 여기는 사람.(오요이위지자 惡徼以爲知者) 여섯째, 불손한 짓을 가지고 용감하다고 여기는 사람.(오불손이위용자 惡不孫(遜)以爲勇者) 일곱째, 혹독한 말로 남을 공격하면서 곧다고 여기는 사람(오알이위직자 惡訐以爲直者)은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말한 미움 받는 자들의 세 가지 태도입니다.
제 나이도 오십대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주 생각합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람들의 추상같은 비판을 생각하면 가끔 소름이 돋습니다. 그래서 삼가고 또 삼갑니다. 물론, 뜻대로 될 리야 있겠습니까? ‘아직여시 인곡여구(我直如矢 人曲如鉤)’, 나는 화살처럼 곧고, 남은 갈고리처럼 굽었는데요. 아마 드물게 산다는 칠십(人生七十古來稀)이 되어도 이는 마찬가지일겁니다. 말하기는 쉽지만 도(道) 닦기는 그만큼 힘든 것이지요.
20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오십에 읽는 논어’라는 책을 읽다가 공자님의 말씀을 생각해 봤습니다. 아 어쩌면 면면이 구구절절이 저리도 공자님의 말씀과 하나 다르지 않을까요. 수 천 가지 공약이 무에 필요합니까? 저 많지도 않은 일곱 가지에서 하나라도 줄이겠다는 공약을 진실로 천명하면, 저는 그 사람을 선택하겠습니다. “지상의 천국을 약속하는 사람들은 지옥 말고는 어떤 것도 만들지 않는다.” 칼 포퍼는 선지자입니다.
※사진설명 : 북한산에 있는 사모(紗帽)바위입니다. 지난 일요일 진관사 입구에서 출발해 비봉(碑峰)을 돌아 사모바위까지 산행을 했습니다. 사모바위는 바위의 모습이 조선시대 관리들이 머리에 쓰던 사모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최고의 위치에 있는 관리입니다. 사모바위 아래서 이번 대선에서 선택될 차기 대통령의 품격을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