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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균 Apr 19. 2022

산책하는 즐거움

無心은 마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마음이 없는 것이다.

4월도 중순 어느날, 바람이 살랑 불어 하늘은 청명하고, 햇살은 한 점 구김 없이 내리쬐는데, 마음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마냥 들떠서 봄바람 산책이나 한번 하자고 나갔습니다. 산책散策길은 길어서 쉬엄쉬엄 갑니다. 걷다가 가끔은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음악을 듣습니다. 그러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한 곳에서 꽃이 지고 또 한 곳에서는 꽃이 핍니다. 바람이 불어 꽃이 지고, 바람이 불어서 또 꽃이 핍니다. 벚꽃이 지는 옆에 산사나무가 꽃을 피우고, 산수유꽃 지는 아래선 조팝꽃이 가느다란 가지를 하늘거립니다. 복숭아 꽃은 아직 연분홍빛이 방창方暢한데, 개나리는 오래전 노란 꽃을 떨구고 초록 새순이 새끼손톱만합니다. 연인들은 손을 잡고 걷고, 젊은 부부는 유모차를 밀며 걷습니다. 중년의 부부는 한발치씩 떨어져 걸으며 가끔씩 뒤돌아보고, 노인들은 대개 혼자 걷는데 자주 벤치에서 쉽니다. 꽃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고, 사람들을 보면 이래저래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산책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순해져서 세상 근심을 잠깐 잊습니다. 4월도 중순 어느날, 봄바람 산책이나 한번 하자고 나가서 예쁜 꽃살이, 행복한 사람살이 한번 보고 돌아옵니다. 모두가 산책에서 얻는 즐거움입니다.


蛇足 : 산책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생각(꾀, 책략, 계획)을 흐트러뜨리는 것입니다. 사전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또는“가벼운 기분으로 바람을 쐬며 이리저리 거닒. 산보散步”라고 되어 있습니다. 같은 말입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생각을 마음에서 놓기 위해서는 무심無心한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무심의 시작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입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때라야 무심이 됩니다. 무심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 산책 하나로 너무 많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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