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옷을 버렸다.

그래 됐다. 이만하면 너도 열반이다.

비온 뒤여서인지 날씨가 더욱 상쾌하고 화창하다.

어제, 오래전(아마 2004년,2005년쯤이리라.) 회사에서 산악자전거를 시작하면서 마련한 사이클 바람막이 겸용 비옷 하나를 버렸다. 당시 꽤나 비싸게 주고 산 것으로 기억되는 사이클 전문의 캐논데일 상표의 옷이었다. 물론, 그때 옷값은 동호회 비용으로 회사가 처리해 준 것으로 기억된다. 어제 저녁 무렵 오랜만에 그 옷을 입고 예전의 똥 폼을 잡으며, 15.5kg짜리 산악용 니꼴라이를 타고 산악이 아닌 잘 닦여진 휴먼링 3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옷을 입은 채 거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가는 곳마다 옷에서 작은 부스러기가 떨어져 거실을 어지럽히는 것을 보았다. 살펴보니 옷 안감에 방수처리 된 페인트가 모두 삭아 떨어져 더 이상 방수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은 고사하고, 잘게 떨어진 페인트 조각이 그물로 된 안감을 뚫고 나와 걸어가는 곳마다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색깔과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좋아하는 옷이었고, 겉보기에 너무 멀쩡해 재생의 길을 모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었만 나와 아내의 재주로는 방법이 없었다. 안감을 뜯어 떨어진 페인트 조각들을 털어낸다고 해도 떨어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얼룩이 비쳐 차이가 있었고, 또 그렇게 한다한들 얼마나 자주 이 옷을 입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18년이나 된 옷이었다. 이젠 버려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대놓고 버리기를 바라던 아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래, 버리자!”라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 비닐봉지를 가져 오더니 그 속에 옷을 담았다. 그렇게 아끼던 캐논데일 상표의 사이클용 바람막이 겸용 비옷은 나와 이별을 하게 됐다. 그래 됐다. 너도 이만하면 열반이다.

봄바람이 살랑 불고, 오늘 나의 오후는 무료無聊다. 자전거를 타고 창곡천변이나 둘러볼까? 그런데 뭘 입지?

휴먼링은 위례신도시의 도시를 두르고 있는 5km 정도의 산책길이다. 자전거 길과 걷는 길을 따로 만들어 산책과 하이킹을 동시에 가능하게 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