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01.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향성 없는 고민은 결국 흩어져버렸다.

by 무하mooha

작업실은 오랫동안 로망이었다. 작업실이 필요할 만큼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막연하게 언젠간 내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실제로 하나둘씩 공간을 보러 다닐 때마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상이 될 때마다 설렘은 더 크게 다가왔다. 회사를 다니며 공간을 구했을 때 어느 때보다 생기가 돌았다. 드디어 회사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시기의 나는 '내 일'을 만들어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으로 확신이 가득 찼다.


작업실을 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를 퇴사했고, 그 후 매일같이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의 작업실로 매일같이 출퇴근을 했다. 오래된 건물의 2층으로 걸어 올라가 차콜 색의 작업실 문을 열면 항상 밝은 분위기가 숨통을 트이게 했고 따뜻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바닥에 깔아두었던 카페트의 촉감이 발끝에 닿을 때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 일찍 작업실에 출근을 해도 딱히 하는 건 없었다. 어느 날엔 블로그에 밀린 일기만 쓰다가 퇴근하기도 했고, 앉아서 고민만 하다가 퇴근하기도 했다. 그날 하루 생산적인 일을 했다면 퇴근길 발걸음이 가벼웠고, 하루 종일 고민했는데 아무것도 못했다면 발걸음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작업실에서 해보고 싶었던 건 정말 많았다. 물리적인 공간이 있으니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오프라인에서 하고 싶은 일

위빙클래스 / 취미를 즐기는 스냅사진 / 2-3개 컨셉 스냅사진(꽃모빌, 크리스마스, 내추럴 등) /작업실대여

빈티지 소품 플리마켓 / 위빙소품브랜드<오멀> 오프라인 판매 / 작업실을 스튜디오로 활용하기 등

온라인에서 하고 싶은 일

오늘의 집 집들이 / 작업실 소개 영상 / 작업실출퇴근 브이로그 등


결국 위빙 클래스는 3번 / 컨셉 스냅사진 1번 / 작업실을 스튜디오로 활용하는 일 / 작업실 소개 영상 만 겨우 해냈다. 여러 가지 하고 해보고 싶었는데 뭐가 그렇게 두렵고 고민됐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명확하진 않은데 조급하게 그 모습을 찾으려다 보니 주저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나는 확실히 살아 있었다.

사람은 항상 지난 다음에 후회한다고, 다시 돌아가면 정말 다 해볼 수 있을 것 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 불확실한 나의 결정들과 고민들조차도 지금 내겐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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