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작업실을 정리하며

by 무하mooha

작업실 짐을 하나 둘 정리하던 날엔 기분이 이상했다.

언제든 바로 앉아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게 세팅되어있던 책상과 짐은 비닐로 돌돌 포장해두었고

간단한 끼니를 해결하던 주방은 처음 모습 그대로 텅 비어 차가워 보이기까지 했다.

모든 빈 공간에서 내가 보냈던 시간의 모습들로 겹쳐 보였다.

그렇게 대부분의 짐을 빼고 작업실을 둘러보았을 때

처음 공간을 마주했던 모습과 새로운 시도들,

안에서 살아내려 했던 모습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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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짐을 빼던 날
텅 빈 공간은 이상하리만큼 낯설었다.
가구와 소품이 사라진 자리엔, 내가 보냈던 시간이 고스란히 겹쳐 보였다.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때, 마음이 복잡했다.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오래 미뤄둔 숙제를 끝낸 것처럼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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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이 사라지고 나니, 하루의 리듬이 다르게 변했다.

이전엔 퇴근 후나 주말 아침이면 무조건 향하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거실 테이블에 앉아 모든 걸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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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만들었던 것들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천천히 모양을 갖춰나가던 나라는 브랜드의 초석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공간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쌓은 시간과 경험은

다시 다른 형태로 나를 만들어갈 재료가 되었다.

새로운 작업실을 바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신 나는 공간이 아닌 '나'를 중심에 두는 시기로 지내기로 했다.

이제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브랜드를 단단하게 쌓기 위해 움직인다.


작업실의 마침표는 다음 문장의 첫 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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