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나를 닮아가는 공간

by 무하mooha

작업실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좋은 날들은 있었다.

작업실에서 첫 하루를 보내고 맞이한 다음 날,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따뜻한 공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차를 마셨던 시간.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려고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
그때만큼은 이곳이 나를 지켜주는 안전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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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이 완성되고 나서, 나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퇴근을 작업실로 하고, 주말 아침부터 작업실로 출근했다.
집과 회사가 아닌 공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벼웠다.


처음엔 위빙이 전부였다.
정리된 서랍에서 실을 고르고, 한 줄 한 줄 직물을 만들었다.
하루에 소량의 티코스터를 완성하는 일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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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지나자, 작업실은 나의 작은 실험실이 되었다.
인물 촬영과 제품 촬영을 했고, 위빙 클래스를 작게 열기도 했다.
그 안에서 ‘무하’라는 이름이 담길 콘텐츠와 시도들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갔다.


하지만 모든 시간이 그렇게 빛났던 건 아니다.

나는 언제나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과정의 순간을 기록하거나 드러내는 데 서툴렀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못한 날들도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월세를 내면서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시끄럽게 했다.


종종 작업실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정확히 뭘 해야 할지 몰랐던 날들이 나를 답답하게 했다.


돌아보면, 이 공간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나는 브랜드 이전에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 시간들은 앞으로 내가 만드는 모든 것의 결을 결정지을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 공간을 지키는 게 예전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건 새로운 챕터로 넘어갈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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