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을 구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도, 실행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작업실을 구해도 될까? 구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오랜 로망과 현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위빙을 취미로 시작하면서 실이 늘어났고,
위빙을 할 수 있는 본격적인 작업공간이 필요했다.
나에게 작업 공간은 단순한 책상과 의자의 조합이 아니라, 내가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무대였다.
스스로 부동산을 가본 적도 없었던 나는
첫 발품 때는 부동산 앞에 붙어있는 종이만 기웃거렸고,
두 번째 발품 때도 ‘제일 저렴한 원룸이나 사무실’을 물어보고 다녔다.
퇴근 후나 연차일에는 나만의 공간이 되어줄 곳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보기에 괜찮은 곳은 월세가 비쌌고, 저렴한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음을 빼앗았던 밝은 옥탑방은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을 해버려, 한동안 시무룩하기도 했다.
그때 깨달았다. 공간을 고를 때 중요한 건 가격보다 ‘내가 오래 머물 수 있는 감각’이라는 것.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매물 보러 나갔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작은 방에 누워 또 휴대폰으로 매물을 뒤적이다가, 나의 첫 작업실을 만나게 됐다.
골목 안쪽, 세 면이 유리로 되어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2층 작은 공간.
노란 장판에 텅 빈 곳이었지만, '이곳이 나의 작업실이 되겠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원하는 무드와 결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같았다.
공간을 보고 나와 20분쯤 고민했을까.
처음의 그 질문이 또 떠올랐다.
“작업실을 구해도 될까? 구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고민은 곧 결심으로 바뀌었고, 그 길로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태어나서 처음 내 이름으로 쓰는 ‘임대차계약서’.
수년간 꿈꾸던 ‘나만의 작업실’을 계약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순간, 이곳은 단순히 작업하는 공간이 아니라,
‘무하’라는 이름을 세상에 기록하고 드러낼 첫 거점이 되었다.
강하던 해가 기울고 선선한 바람이 불던 여름 저녁,
그렇게 나만의 첫 작업실을 갖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분명한 건, 이 공간이 앞으로의 나와 내가 만드는 모든 것의 결을 바꿔놓을 거라는 예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