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좋은 날들은 있었다.
작업실에서 첫 하루를 보내고 맞이한 다음 날,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따뜻한 공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차를 마셨던 시간.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려고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
그때만큼은 이곳이 나를 지켜주는 안전지대였다.
작업실이 완성되고 나서, 나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퇴근을 작업실로 하고, 주말 아침부터 작업실로 출근했다.
집과 회사가 아닌 공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벼웠다.
처음엔 위빙이 전부였다.
정리된 서랍에서 실을 고르고, 한 줄 한 줄 직물을 만들었다.
하루에 소량의 티코스터를 완성하는 일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날들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작업실은 나의 작은 실험실이 되었다.
인물 촬영과 제품 촬영을 했고, 위빙 클래스를 작게 열기도 했다.
그 안에서 ‘무하’라는 이름이 담길 콘텐츠와 시도들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갔다.
하지만 모든 시간이 그렇게 빛났던 건 아니다.
나는 언제나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과정의 순간을 기록하거나 드러내는 데 서툴렀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못한 날들도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월세를 내면서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시끄럽게 했다.
종종 작업실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정확히 뭘 해야 할지 몰랐던 날들이 나를 답답하게 했다.
돌아보면, 이 공간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나는 브랜드 이전에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 시간들은 앞으로 내가 만드는 모든 것의 결을 결정지을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 공간을 지키는 게 예전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건 새로운 챕터로 넘어갈 신호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