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영원히 도망만 치는 사람들
이 친구 저 친구 참 많이도 만났던 내 주변엔 유난히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많았다. 한 번 정을 주면 잘 걷어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알면서도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열등감에 휩싸인 사람은 타인에게 조금만 딱딱한 소리를 들어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자신의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자존'심'이 세기 때문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자존감은 자신의 내면, 혹은 단점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자신의 단점을 숨기기 급급하고,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자기 속마음을 숨길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왜곡해서 보기 좋게 썰어놓고는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이들은 타인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찰나의 순간도 견디지 못한다. 행여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나약하지 않아서 타인의 인정 따윈 필요 없어'라며 그 관계에서 도망쳐버린다. 자신의 고통과 고생을 마치 스펙처럼 생각하며 무용담을 늘어놓지만, 정작 타인의 고통에는 극도로 무관심한 것이 바로 그런 까닭이다.
진정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끈질기게 노력해서 그것을 새로운 자신감의 토대로 만든다. 스스로를 존중하면 자신을 속일 이유도, 허황된 말로 타인의 환심을 살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노력하여 이루는 사람과 거짓말이 들통나서 도망가는 사람의 차이가 이 때문에 생긴다. 자존감이 높으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자존감이 낮으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살피는 데만 급급하다.
힘든 시기가 지나면 웃으며 다시 마주할 줄 알았던 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의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은 점점 더 날카로워져만 갈 때, 그럴 땐 참 아쉽다. 정말 많이 아쉽고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