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하기 이전의 대화는 볼 수 없다. 이로 인한 정보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것이 단톡방의 제1법칙이다. 내가 입장하기 전 정보다운 정보가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마치 술자리에 늦게 도착한 사람은 자리의 온도에 따라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과 같다.
입장한 날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나를 비롯해 다른 입주자 한 명이 관리업체가 통보한 상계처리에 대해 문의했고 201호는 자신은 미납요금이 없기 때문에 상계처리할 내용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입주자 과반 이상이 납부한 5월 관리비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업체는 5월 10일까지가 업무기간이므로 그 부분을 공제해야 한다고 말했고, 201호는 4월 말에 이미 계약종료에 대해 통보했기 때문에 굳이 5월분을 납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헤아려보니 9세대가 이미 5월 관리비를 납부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예상이나 했는지, 본인의 5월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은 201호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다음날이 되자 201호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기존 관리업체에서 자신을 빌미로 관리비 환급을 미루는 것도 불편하고, 자신은 기존 업체와는 더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대표로 나서 달라는 내용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업체 변경을 주장한 것은 201호이고,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이 단기 세입자인 마당에 계약서 작성을 입주자 명의로 하라니. 나와 다른 입주자 한 명이 201호가 우선 변경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단기간에 업체변경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기존 업체의 업무기간을 한 달 정도 연장하여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자 201호는 더욱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업체에게 돈을 더 납부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5월 관리비를 이미 선납한 세대는 몇 세대일까요? 저런 업체와는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른 분이 나나서 기존 업체와 논의해 주세요."
천인공노할 창의적인 답변이었다. 본인의 계약종료 통보로 인하여 현재 업체가 몽니를 부리고 있는 상황인데 해결은 다른 사람이 나서라는 말이었다. 이 창의적인 제안은 자신은 관리비를 내지 않아 손실이 없다는 이기심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다.
나는 201호가 기존 업체와의 계약종료, 그리고 신규 업체와의 계약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공유받고자 이 카톡방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곳은 부비트랩이었다. 201호는 이 카톡방에 참여한 자들 가운데서 짐을 떠넘길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허탈감이 분노로 바뀌기 직전이었다.
201호가 의견을 던진 것은 오후 6시 56분이었다. 그리고 그날이 끝나도록 그의 말에 동조하거나 의견을 덧붙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