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다. 나는 카톡방에 들어가 공지된 내용을 다시 살피고는 의문점을 하나 둘 메모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경이 크지 않던 의문이 정작 글로 옮겨 적으니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도식까지 그려가며 정리한 나의 의문점과 제안은 아래와 같았다.
1) 계약 종료의 시점
201호의 말대로 지금 당장, 업체에 통보한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필요한가? 또 법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만약 법적으로 기존 업체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면 오히려 나중에 법적 리스크를 지게 될 수 도 있다.
2) 계약 종료의 주체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세입자일 뿐 임대인이 아니다. 현재 명시적인 계약서가 확인된 바 없으나 업체에서 관리를 시작할 무렵엔 임대인들의 동의를 받았을 터인데, 이를 (일부 자가 거주자가 있겠지만) 세입자들의 의견대로 변경해도 되는 것인가?
3) 계약 종료의 완결성
계약종료는 과연 매끄럽게 마무리되었는가? 업체에서는 아직 선납한 세대들에게 관리비를 환불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10일간의 관리비는 모든 세대로부터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정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종료가 완료되었으며 각 세대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합리적인가? 또 종료시점에 대한 내용은 왜 201호와 업체가 서로 다른가?
4) 원활한 관리 이양을 위한 기간 설정
상기 모든 문제가 다 완결되었을 경우에도 현재 건물 상태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신규 업체를 섭외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수가 필요한 사항이나 발생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등) 따라서 5월 한 달간은 기존 업체에서 업무를 유지하고, 신규 업체는 6월부터 업무를 이어받되, 건물 제반사항에 대한 인수인계를 반드시 진행하도록 요구한다. 이 경우 5월 관리비를 선납한 세대들도 개별 환급받을 필요가 없으며 입주자 회의도 약 2주간 여유롭게 진행이 가능하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그림과 표를 그려가면서까지 열렬히 설명했다. 첫 인사말로 "201호가 고생하시는데 의견을 내는 것이 도리인 것 같습니다."라는 따뜻한 말을 빼먹지 않았다. 과연 201호는 무어라 대답할까. 그리고 3일째 조용하던 이 단톡방의 참여자들은 나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까. 과연 관리업체는 내 돈을 돌려줄까. 우리는 새로운 관리업체를 찾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미궁인 주말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