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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May 29. 2023

#13 403호는 속이 타고 201호는 말이 없다 13

201호의 무책임한 말에 화가 났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에게 무해한 말을 저렇게도 성의 없이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마 대충 말을 던진 다음, 여러 사람의 반론이 없으면 자신의 뜻대로 일을 진행하려는 것 같았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다들 묵인하지 않았냐고 따질 복선을 깔아 두는 것 같았다. 추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차차주 진행 예정인 법률상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물었다. 201호 본인의 안위만을 챙기고자 하는지, 다른 세대의 미납금 및 관리비 환급에 대한 문의도 함께 진행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만약 후자의 내용이 없다면 법률상담 시 꼭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2) 입주자 의견을 조사할 당시 전체 세대 가운데 관리업체 변경을 희망한 세대는 201호를 포함하여 4세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세대는 무응답 혹은 과반의 동의가 있다면 따르겠다는 응답을 했을 뿐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201호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다른 입주자 대표를 선정하여 모든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을 비효율적이고 합당하지도 않다. 따라서 201호가 책임지고 논의를 이어가야 하며 1번 사항 역시 동일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3) 701호인 나는 관리 업체 변경과 관련하여 현행 유지도 큰 이견이 없으며, 변경이 진행된다면 1번에서 문의한 내용이 확인되어야 변경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리업체 변경과 관련해서는 변경에 동의를 한 초기 4세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고 전했다. 


4) 마지막으로 201호는 며칠 전, 5월 관리비를 이미 선납한 세대는 피해를 감수하자고 말했다. 즉 환불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냥 관리업체 변경을 진행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부당하고 (더욱이 나는 관리업체의 현행 유지에도 아무런 이견이 없으므로) 손해를 감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미 관리비를 선납한 다른 세대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여러 명이 메시지를 읽었지만 이전과 같이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 관리비를 선납한 두 명의 입주자가 자신들 역시 환불을 꼭 받아야겠다며 답변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하여 관리비를 선납한 사람은 최소 9명인데 환불의사를 표현한 사람이 3명에 불과하다니 허탈했다. 나머지는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고 그저 물 흐르는 듯이 지나갈 속셈인가. 그런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볼 때 자신이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 명백해지는 순간 누구보다 맹렬하게 뒷북을 치곤 한다. 나는 그 점이 벌써부터 염려되었다. 아니. 염려가 이미 너무 늦게 시작된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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