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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운명

by 현묵

저는 늘 사람의 운명은 그 사람에게 달렸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합니다. 지금도 그 말을 곱씹으며 당신께 이 글을 남깁니다. 당신을 알게 된 순간이 제게는 사랑의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운명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당신을 사랑하기로, 당신의 곁에 머물기로 선택한 순간 시작된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을 사랑하기로 한 선택이 우리의 운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면서도 벅찹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을 떠올리며 이 글을 씁니다. 이 마음이 오래도록 저를 지탱해 주기를 바라면서요.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며 문득 당신과 함께 걸었던 길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당신은 제 옆에서 걷다가 문득 갈라진 벽을 뚫고 핀 작은 들꽃을 가리키며 말했지요. "이렇게 작은 것도 살아가려는 마음이 참 대단하지요?"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습니다. 실은 어여쁜 그대 웃음만이 마음에 남았지만 그건 비밀입니다.


회사에서는 여느 때처럼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지요. 퇴근길 지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이 옆에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겠지요. "오늘도 고생 많았어." 그 한마디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당신은 알고 계실까요. 나의 마음을 온전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이 제게 얼마큼 위로가 되는지를요.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면서 당신이 알려준 레시피를 떠올렸습니다. "양파는 오래 볶아야 단맛이 올라와." 당신의 그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양파 조각 하나하나 마저도 당신의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신이 제게 알려준 것들, 당신이 제게 보여준 세상이 이렇게 제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는 데에 새삼 고맙습니다. 평범한 순간마저 특별해진다는 건 결국 제가 당신을 사랑하기로 한 덕분이겠지요. 그 사랑이 저를 이리도 바꾸나 봅니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보였던 만남이었지만, 제가 당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그것은 필연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로 선택하면서 제 삶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세상이 더 따뜻하게 보였고, 평범한 하루의 순간들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창밖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 안으로 은은한 달빛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네요. 그 하루에는 당신을 생각했기에 특별해진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렇듯 운명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것,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당신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제 운명이 되어 가는 걸 느낍니다. 당신을 사랑하기로 한 제 선택이 저의 운명이 되었듯 앞으로도 저와 당신의 운명이 아름답게 엮이길 또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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