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먹는 육개장은 유난히도 뜨겁다. 뜨겁고, 얼큰하다. 그럼에도 나는 한 입 크게 입에 넣어 국물을 삼켰다. 조문객들은 추억과 감정 사이의 틈을 비집어 국물 한 술 떠 넣는다. 국물은 이내 몸을 달구고, 추억은 조용히 뜨거운 국물을 타고 같이 입김에 불어 나온다.
삶과 죽음 사이, 우리의 기억이 뜨거움을 타고 흘러내린다. 너는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었지. 생전에 지인들에게 육개장을 대접한 적이 있었을까. 아마 없었겠지. 그런데도 이 자리에 앉아, 떠나보내는 순간에, 유독 얼큰한 국물 앞에서 너를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진 까닭은 매워진 육개장 국물이 때문이라며 괜스레 육개장을 탓했다.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더 삼켰다. 입안으로 뜨거운 온기가 밀려들었다. 삼킬수록 목이 따끔해졌다. 사실 목이 따끔한 이유가 육개장의 매운맛 때문인지, 이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구를 그리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국물을 떠먹는다. 육개장을 마주한 얼굴마다 저마다의 감정이 스며 있다. 조용히 떠먹는 사람도 있고, 큰 목소리로 옛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다. 상주의 덤덤한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자국을 닦아내다 식어버린 육개장에 숟가락을 드는 이도 있다. 한 술, 또 한 술. 그렇게 국물을 목에 붓다 보면, 이 슬픔도 같이 넘어갈까. 아마 너는 그러길 바라겠지라며 또 국물을 떠 넘겼다.
아마도 이 빠알간 국물은 이별을 씻어내는 데에 익숙해졌을 거다. 슬프기만 한 이야기로 남지 말라고. 푹 젖은 고기와 대파가 나를 위로하는 건지 모른다. 못 이기는 척 뜨거운 국물을 삼키며 붉어진 눈시울로 무엇이든 되새겼다. 너의 말투, 너의 웃음소리, 너의 손짓, 너의 습관, 그리고 갚지 못하고 떠나버린 감정의 채무도. 이토록 이별 앞에선 누구나 서툴고, 아프다. 그럼에도 우리는 뜨거운 국물을 입안 가득 머금고 삼켜낸다. 언제 갉아내어 질지 모르는 슬픔 이래도 국물은 그저 뜨겁고 뜨겁게 목구멍에 부어진다.
너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육개장은 아니었을 거다. 그럼에도, 이렇게 육개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앉으니, 내게 한 술 더 뜨라며 권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떠나고, 남은 이들은 뜨거운 육개장을 뜨고, 뜨거움으로 솟아버린 슬픔을 갉아내며 삶을 살아낸다. 그렇게 장례식장에서의 한 끼마저도 떠나보낸 이들을 살아가게 한다. 이별을 삼키고, 슬픔을 씹어 넘기고, 그리움을 씻어내며. 뜨거운 육개장 한 그릇으로 우리는 조금 비참해진 삶을 삼켜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