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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Dec 30. 2022

일상, 비일상

원해야 찾아지는

가끔 나도 모르게 아득해질 때가 있다. 

경험이나 감각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물밀듯이 밀려올 때 특히 그렇다.


길을 걷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니 커다란 가로수가 보인다.

 희뿌연 안개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새소리가 아스라이 섞여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것도 

모르는 체하며 새소리에 집중했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리보다

 조그마한 새소리가 

내게는 더 잘 들리는 듯했다. 


나는 아득해짐을 느끼며 

따사로운 햇살을 즐긴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들은 

조금만 주의를 돌리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옆으로 저마다

 삶의 소리를 내뿜으며 지나간다. 

어떤 학생은 빵 부스러기를 흘리며

 어떤 아주머니는 장바구니를 안으며

 어떤 회사원은 잠을 덜어내기 위해

 고갯짓 하며 걸어간다.


 나는 거리 위 수많은 사람들이 

가끔은 나처럼 

아득함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오늘 내가 들었던 

새소리와 같은 행복을 

생각보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걸 

아는지도 궁금했다.


궁금함은 잠시 가슴에 묻어 놓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내 발자국에서도

 어떤 삶의 소리가

 힘차게 뿜어 나오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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