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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Dec 30. 2022

순간의 꽃

그래서 아름다운

공원 벤치에 앉아 볕을 쬐며

흔들리는 꽃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어제 온 빗방울이 아쉬운 듯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망울져있다.


보다 보니 점점이 서 있는 빗방울들이

 잔주름을 아로새기는 듯했다.


이건 비 오는 날 목마름을 달래던 점

이건 빛을 쬐던 점

이건 풀벌레가 잠시 쉬었다 간 점


한참을 들여다보던 나한테도

어느새 빗방울들이 망울져있다.


나를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한 점

함께 있어서 너무나 즐거운 점

아, 이건 그냥 까만 점


내 잔주름도 다시 들여다보니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새겨진 주름도

깊게 팬 주름도

한껏 더듬어야 나를 잠깐 봐줄 뿐이니까.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굴던 모습도

최선을 다했던 노력도

사랑을 사랑하던 모습들까지도.


잔주름을 한껏 더 비추어 보았다.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이겨 내고

이유 없이 기쁨의 춤을 추고

함께여서, 혼자여서,

기뻐서, 슬퍼서,

새겨진 나의 주름들.


영원할 그것처럼 길어 보이는 청춘이

찰나에 망울진 채

 내 주름을 타고 흘러내렸다.


전에는 인생의 정답을 알고 싶어

늘 어떤 게 좋은 삶인지를 되묻곤 했다.

읽고, 쓰고,

 행동하고, 반성하고.


이제는 나의 삶이 어땠는지

 다시 적어보는 게 나에게 좋은 삶이 되었다.


이제는 알지 않냐고.

꽃들이 내게 말을 건넨다.

살다 보면 분명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기쁘고 감사할 일상이

되돌아온다는 걸


꽃들이 내게 건넨 말을

고이 접어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마침, 제 역할을 다한 듯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바라보니

꽃들이 더 환해 보였다.


그랬구나.

너도 나의 꽃이듯

나도 너의 꽃이구나.

우리 피고 지는 꽃처럼

순간에도 영원할 것처럼 빛나는구나

고이 접은 마음을 담아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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