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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man Jun 19. 2024

5월의 마지막 데이트(with 딸)

객원멤버 딸과 함께. 한화이글스, 라이온즈파크, 동양백반, 가창 홍구원,

  벌써 5월의 마지막주. 일주일 내내 신경이 곤두서서 아내가 준비하던 작업을 함께 마무리하고 더욱 기쁜 맘으로 주말을 맞이한다. 우리 데이트에 몇 주 전부터 합류한 딸아이와 함께하니 첨엔 별로였는데 지금은 좋다. 아무래도 아직 초등학생이니 부부데이트의 장소나 음식 등에 대한 제한과 이동의 신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 우리 부부 둘이서만 다니다 보니 딸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게 여겨지곤 했다. 중학생이 되면 같이 가자고 해도 안 따라나설 테니.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주말 여정을 시작한다.


  주말은 불금부터 시작이었다. 격주로 우리의 팀 한화이글스가 라이온즈파크에 방문한다. 금요일은 중앙테이블석에서 딸아이와 좀 편하게, 토요일은 원정응원석에서 창화신과 치어리더와 함께 하기로 한다. 금요일 경기는 최고의 투수 류현진이 나온다 하여 내심 기대가 컸지만 경기 30분 전에 팔꿈치 통증으로 갑자기 투수가 바뀌었다. 30분 전에 바뀐 투수가 몸이나 풀렸을까, 역시나 패배하고 만다. 채은성이 만루 홈런을 치고 타자들이 분발하여 게임은 졌지만 나름 재미있는 경기였다. 공주도 분위기를 즐기고 맛난 음식들을 챙겨 먹으며 본인만의 스타일로 자연과 야구를 즐긴다. 공주가 잘 먹고 기분 좋아 보이니 경기가 이기건 지건 부부도 함께 기분이 좋다. 버스 타고 오는 길에서도 셋이서 웃음이 계속된다.


라이온즈파크


  토요일 경기는 부부 둘이서 본격적으로 경기를 즐긴다. 오후 5시 경기를 보기 전 딸아이와 시내에 나가서 본인이 좋아하는 동양백반 닭볶음탕을 먹고 여름옷을 샀다. 공주를 기분 좋게 만들어서 집에 보내놓고 버스를 타고 라이온즈파크로 떠난다.


동성로 동양백반


어제 관람했던 중앙테이블석이 가격도 비싼 만큼 자리도 편했지만 삼성팬들 사이에서 시원하게 응원도 못하고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았다. 원정한화응원석에서 제대로 응원하며 야구를 만끽한다. 분위기 좋다. 주황물결 속에서 신나게 선수 응원가를 불러댄다. 응원단장 창화신은 오늘도 열일한다. 치어리더 분들은 어려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치어리더는 오지 않았지만 더운데 고생해 주는 응원단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신난다. 하하하. 아내가 더 좋아하니 참 신기하다. 야구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이야. 올해부턴 뭔가 결실을 맺을 것이다. 새로 오신 노감독님께 살짝 기대를 걸어본다. 감독님의 비전이 맘에 든다. 올해는 가을야구 진출, 내년에는 우승. 경력에 리그 우승이 없어 우승을 갈망하는 지도자가 온 것도 괜찮다.


한화이글스 응원단


  장민재 투수는 어제 나와서 오늘은 안 나오나 보다. 2019년 즈음인가 겨울에 거제 벨버디어 리조트에서 전지훈련을 온 한화이글스 선수단과 마주친 적이 있다. 편의점에서 장민재 선수와 만났는데, 팬이라고 하니 반가워하고 아내와 사진도 여러 번 찍어줬다. '장민재선수 우리 언제 우승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예, 곧 우승해야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말과 표정에서 인성이 묻어났다. 머리숱이 적어 사구를 맞히고 맞은 사람에게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하면 맞은 사람이 오히려 더 미안해하고 구장 전체가 숙연해지게 만드는 장민재선수.


  오늘도 분전했지만 아쉽게 졌다. 안타깝게도 일요일 경기까지 박살 나고 삼성에 스윕을 당하고 만다. 몇 년간 삼성도 많이 힘들었다. 올해 좋은 결과내기를 지역주민으로서 응원한다.


한화이글스 원정팬


  일요일까지 공주와 함께한다. 대구에서 가까운 자연 가창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떠난다. 홍구원이라는 곳인데 대구 황금동에 있을 때부터 맛이 괜찮았고 우리 애들이 좋아했었다. 양이 특히 많다. 어린이는 자장면, 아내는 야끼우동, 나는 여름철 별미 중국식 냉면을 먹는다. 야끼우동도 맛이 좋았다. 몇 년 전에 먹은 콩가루소스가 가미된 고소한 중국식 냉면을 기대했는데 생각이랑 달랐다. 내가 원했던 맛이 아니다. 조금 아쉽다. 아내와 딸이 맛있게 먹으면 나도 맛있게 먹은 거다. 이래도 저래도 좋다. 가창 룰리에 가서 아이 숙제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책을 읽으며 남은 오후도 여유를 만끽한다.


가창 홍구원, 룰리


  참 웃긴다. 큰애부터 18년째 이어지는 육아에 지쳐 우리 부부만의 시간을 그리 갈망하고 기다려왔건만 막상 그 시간이 허락되니 아이들부터 찾고 챙기게 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들. 부모란 그런 건가보다. 큰애는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둘째와 3일 내내 함께 했던 이번 주말은 역시나 힐링이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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