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야구 직관과 사리원면옥, 광천식당 맛보기
지난 주말 우리 부부의 놀이 목적지는 대전이었다.
대전은 내 고향이다. 태어난 곳은 더 옆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시절을 보냈으니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지금 살고 있는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40여분이면 갈 수 있으니 접근성도 좋다. 그래서인지 아내도 대전을 좋아한다. 전부터 이곳저곳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주고 맛 보여줘서 그런지 그 맛에 반해 더욱 대전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2015년부터 한화의 열렬한 팬이 된 아내는 대전을 성지처럼 여기곤 했다. 야구에 관심도 없던 사람이 김성근 감독의 마리화나 야구에 빠져 지금은 해설가 못지않은 전문야구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벌써 10년째. 더 잘하는 팀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조금 미안하긴 하다. 지역 야구팀인 삼성으로 갈아타고자 했는데 우리 애들을 버릴 수는 없단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실력을 모두 알고 있다. 인성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다. 아내는 인성조차도 구분 없이 모두를 자식처럼 품는다. 주석이 마저도 아들처럼 아낀다. 잘할 거라고. 원래 나쁜 애 아니라고.
우리는 손잡고 시내버스 타고, KTX를 타고 대전역에 도착한다. 오늘 경기는 오후 2시다. 점심을 먹기 위해 대전 시내 냉면, 갈비탕 맛집 사이 원 면옥으로 향한다. 대전역에서 지하도를 이용해 햇빛을 피해 이동한다. 아내와 함께하는 소풍은 이동하기, 먹기, 구경하기 하나하나가 다 놀이다. 즐겁다.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25분 정도 천천히 걸어 음식점에 도착한다.
사리원면옥은 20여 년 전에 직장을 위해 대전에서 대구로 오기 전 이미 시내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고 나도 자주 즐기곤 했던 곳이다. 냉면도 심심하니 맛있고 갈비탕도 좋다. 허영만의 백반기행팀이 왔었나 여기저기 사진이 붙어있다. 허영만 씨가 드신 불고기는 잘 모르겠다. 내가 먹던 음식은 아니다. 우리는 갈비탕과 비빔냉면, 만두를 곁들여 먹는다. 호불호 없이 무난한 맛이다. 많이 배가 고팠는데도 다 먹고 나니 좀 헤비한 느낌이 든다. 만두는 안 먹었어도 될 뻔했다. 아내가 맛있어하니 나는 여지없이 기부니가 좋다.
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야구장으로 이동한다. 살살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소화도 시킬 겸 몸을 움직인다. 우리의 주말여행은 한편으로 운동이다. 차를 놓고 걷고 또 걷는다. 그러면 폰의 이동거리가 10km 전후가 된다. 등산보다는 평지 걷기를 선호하는 아내를 위한 최적의 계획이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손에 들려주니 아이처럼 좋아한다. 배불러도 커피 배와 빵 배는 따로 있단다. 구도심을 구경하며 금세 경기장에 도착한다.
대구에서 한화경기가 있을 때 푸를 물결 사이에서 소수의 주황으로 응원하다가 주황세상에 오니 신나고 설렌다. 아내의 표정도 상기되어 있다. 얼굴만 봐도 내가 다 즐거워진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 초콜릿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우리처럼 한화를 응원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응원하니 이보다 더 즐겁겠는가. 샵에 들려 이것저것 신상 액세서리도 사고 팀의 자랑 국가대표 4번 타자 시환이 반팔티도 흰색검은색 한 장씩 구입한다. 아내 직장에 한화를 좋아하는 동료를 위한 선물 구입도 잊지 않는다. 우리 애들을 위한 선물도 고른다.
한화이글스파크에 들어선다. 20여 일째 매진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다. 옆에는 새로운 한화경기장이 몇 년 뒤 개장을 위해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운 좋게 표를 예매해서 괜찮은 자리에서 편하게 관람한다. 3루 외야 쪽에서 키움팬들과 함께 응원한다. 워낙 한화팬이 많아 원정응원석 쪽까지 대부분이 한화팬이다. 경기가 이어지는 내내 양쪽 팬들은 매너 있게 응원한다. 키움팬들은 젊은 여성분들이 많다. 키움 선수들이 젊고 잘생긴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응원도 예쁘게 한다. 한화팬들이 주변에 많아서 그런지 응원가도 가곡처럼 예쁘게 부른다. 아내에게 키움팬들은 예쁜 분들이 많고 응원도 조용조용히 귀엽게 한다고 말하니 아무 말이 없다. 빠르게 화제전환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맥반석오징어로 그녀의 환한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 때의 악바리 같은, 매 경기 플레이오프 같이 내일은 없다는 모습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는 점점 사라지고 지는 것에 익숙한, 꼴찌가 습관화된 모습이 종종 보여 아쉽다. 오늘 경기로 안일한 플레이로 승리와 멀어져 갔다. 한화팬들은 다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우승하고 이기면 좋지만 인성을 갖추고 최선을 다하며 프로로서 해야 할 플레이를 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한화팀의 모습이라는 것. 한 점도 못날 수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플레이와 성의 없는 플레이는 팬들도 다 안다. 오늘 경기도 다른 팀에서 볼 수 없는 아쉬운 장면이 몇 차례 연출되었다. 어찌 되었건 열심히 경기해 준 양측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한 명 한 명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경기를 만끽하는 사랑스러운 아내의 모습을 보며 함께 행복을 느낀다.
날씨가 참 좋았다. 2시 경기인데도 구름이 살짝 있어 뙤약볕이 아니었다. 선선하게 바람까지 불어 날씨까지 만끽했다. 앞 좌석이라 눈앞의 잔디와 저 멀리 보문산의 경치가 함께 어우러져 푸릇푸릇한 자연까지 눈에 한아름 담아 온 기막힌 날이었다. 경기가 끝나기 전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시간에 우리는 조금 일찍 경기장을 빠져나와 마지막 여행목적지인 저녁식사 장소로 향한다. 2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한다.
광천식당이라는 두부두루치기 집이다. 어렸을 때 먹어본 것 같기는 한데 여기도 아니고 자주 먹지도 않았다. 대학 때도 지금 대전의 오래된 핫플 음식점들에서 별로 먹어본 적이 없다. 시대가 이렇게 바뀌어가나 보다. 유명한 맛집답게 번호표를 받고 30분쯤 기다리고 입장을 한다. 2층에 큰 홀에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아 두부두루치기와 면, 수육과 지평막걸리 한 병을 시킨다. 수육이 졸깃졸깃 맛난다. 막걸리 한잔하고 상추에 마늘과 고추에 쌈장을 넣고 한쌈 싸 먹으니 와우 신선놀음이다. 매콤해 보이는 두루치기를 접시에 덜어 칼국수면 사리를 양념에 비벼먹으니 이것도 별미다. 사람들이 몰리고 입소문이 날만한 기특한 맛이다. 서빙하는 여사님들도 시크하면서도 다정다감하고 카운터 사장님도 친절친절하시다. 맛도 좋고 기분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막걸리 한 병 더 하고 싶었지만 아내가 객지이니 자제하라 안내한다. 군말 없이 따른다. 그녀의 판단을 존중하며 늘 올바른 결정을 해주는 분이니. 맛있지만 양도 꽤 많아 다 못 먹고 나왔다. 배가 빵빵하니 배부르다. 대전역까지 우리는 또 걷는다. 우리는 걷기쟁이들이니까.
대전에 오면 많은 사람들의 손에 같은 종이팩이 하나씩 들려있다. 전국적인 명소가 된 성심당 빵가방이렸다. 40여 년 전 초등학교 때도 성심당이 기억에 난다. 작은 빵가게였다. 그냥 빵집이었다. 원칙을 고수하고 한결같으니 결국 우리나라 최고의 빵집이 되었다. 우리도 튀김소보로 세트와 맛나게 생긴 빵 몇 개, 상화목장 우유를 골라 담고 맛있게 먹을 우리 애들을 생각하며 기차에 올라탄다.
대구의 밤공기는 시원하니 좋다. 비가 곧 오려나보다. 하늘이 분홍분홍한 밤이다. 우리는 지난주 피로를 날리고 다음 주를 지낼 긍정에너지를 만들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계절이 바뀌고 지역이 바뀌니 우리의 놀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다음 주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내일은 까불이 소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큰 녀석 몸보신 좀 시켜야겠다.
각자 자리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주는 우리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