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우리 부부. 먹고 놀고 즐겨라
우리 부부가 함께 지낸 지 20년, 결혼한 지는 18년이 되었다. 직장생활은 22-23년째 해오고 있다. 애들도 많이 컸고, 하루하루 지나며 여유로움이 더해진다. 1-2년 전부터 우리는 둘이 놀기 시작했다. 결혼 전처럼. 세상 이런 호사와 힐링이 있을 수 없다. 주말에 큰애는 공부해야 해서 그 녀석 식사 챙기면서 나갈 때 같이 나온다. 둘째는 나름 많이 커서 우리와 잘 안 놀고 독자노선을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신혼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결혼하자마자 큰애가 생기고 결혼하고 나서는 늘 육아였다. 그렇게 십수 년이 훅 지나가고 우리는 나이가 들었다. 다행히 나름 영한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다. 고생에 대한 선물처럼 우리만의 시간이 허락된다. 우리의 정서적 관계도 좋다. 함께 힘든 시기를 잘 넘기고 아이들 키우느라 서로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기에 신뢰가 상당하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즐겁다. 말도 잘 통한다. 같은 직업군에 속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 있는 것 하나. 우리 부부는 문자와 대화를 많이 한다. 평일 둘 다 특별한 모임이 없으면 퇴근하고 붙어 앉아 집에서 저녁을 먹던가 밖에서 가볍게 식사하니 내내 대화가 이어지고,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하면서 30분에서 1시간 30분 함께 얘기한다. 들어와서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내와 한화야구, 이소영배구, 이정은 6 LPGA, 손흥민 EPL, KLPGA, 넷플영화, TV프로 등을 보며 생각을 논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누워 우리와 아이들에 대한 희망가를 부르며 잠이 든다. 물론 중간중간 책도 읽고 자기만의 시간도 보내고 하지만 큰 틀의 일상은 그렇다. 그러니 둘 사이의 대화 양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우리 부부가 제일 대화 많이 할 거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한다.
또 하나 자신 있는 것 하나 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다. 그래서 지금도 애들이 집을 좋아한다. 직업적 특성도 있고 많은 시간을 우리 아이들과 보냈다.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서 국내외여행도 참 많이 다녔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과 우리 부부의 관계도 상당히 긴밀하다. 가족 모두가 시간이 지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고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주말에 놀기 시작했다. 두해 정도 된 것 같다. 밖을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맛있는 음식 찾아먹고 실컷 걸어 다니면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느껴진다. 심신이 단련되고 좋아지는 것이. 토날은 조금 멀리, 일날은 가깝게 즐긴다. 요즘에 선호하는 것은 토날 운전 말고 손잡고 다니며 기차를 타는 것이다. 부산역으로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국제시장, 흰여울, 자갈치시장, 서면, 광안리를 보고 지역 맛난 음식을 먹는다. 내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대전에도 기차를 타고 가서 빵과 닭볶음탕, 두루치기 등을 맛보고 온다. 컨디션 좋고 일찍 일어나면 서울로 냅다 질러 여러 문화를 체험하고 온다.
아직은 당일치기다. 우리 아이들이 있으니 아직 1박 조차 어렵다. 가면 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을 두고 우리를 위해서 1박을 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큰애가 대학 가고 둘째가 중고생이 되면 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또 다른 희망으로 남겨놓았다. 1년 반 뒤면 금날 밤에 떠나 토날 돌아오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예정이다. 생각만 해도 즐거움에 아찔하다. 그 뒤 5년이 더 지나면 육아 끝 완전한 일상의 자유를. 그 뒤 10년 뒤면 직장도 마무리되고 영혼의 자유를 얻게 된다.
좋은 곳보고 맛있는 것 가리지 않고 먹으려면 건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며 건강을 관리한다. 감사하게도 아직 특별한 건강의 문제없이 40대 후반의 일상을 누리고 있다. 평일에는 함께 걷는다. 집 근처 신천이라고 하는 천변길을 8km 정도 걷는다. 집출발 집도착 1시간 20분이 딱 걸린다. 빠른 걸음으로. 나 혼자 나갈 때는 뛴다. 1km 빠른 걸음 준비운동, 6km 뛰기, 1km 중간걸음 마무리운동이다. 월목 주 2회 뛰고 나머지는 아내와 빠르게 걷는다. 음식도 좀 가린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잘 안 먹는다. 아니 잘 안 들어간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인 것을 뻔히 아는데 몸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주 가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한다.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처럼 육체와 정신은 얽혀있다. 하나가 안 좋으면 따라 안 좋다. 둘 다 건강해야 하고 잘 챙겨야 한다. 정신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노력하고 찾아야 한다. 자기만의 방법을. 잠도 잘 자야 한다. 숙면은 정신과 육체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심신의 건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정진한다. 잘 놀고 잘 먹기 위해. 어쩌면 건강하기 위해 잘 먹고 잘 노는 것일 수도.
모든 부부가 여러 가지 본인들만의 어려움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잘 이겨내고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안 좋을 때도 많았다. 부부간에 어찌 좋기만 하겠나. 마음은 편히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위협과 공포로부터 끊임없이 살아남고자 불안과 걱정을 달고 살며 진화해 왔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이 늘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마음수양 책을 읽던지 명상을 하던지 공부해서 평안한 마음을 찾아야 한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한다. 그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 삶에 대한 이런저런 것들을 적으려니 결국 대부분이 나의 반쪽과 함께하는 생활이었다. 일상의 특별한 일, 주말나들이, 맛집탐방, 운동 등 여러 가지에 대한 살랑살랑 적어보려 한다. 내 즐겁고 건강한 하루하루가 우리 부부의 하루하루와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