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ppyman May 08. 2024

광안리 해변으로 떠나볼까

5월 놀이의 시작은 핫플 광안리에서

오랜만에 맞이하는 연휴. 이번 연휴는 뭐 할까. 우리 부부는 전부터 점찍어놨던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광안리 해변을 다녀오기로 한다.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날씨에 맞는 환한 옷을 챙겨 입고 문을 나선다. 매우 맑음. 28도까지 올라간다는 기상청 예보를 참고하여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발한다. 오늘의 메인 교통수단인 KTX를 타기 위해 동대구역으로 향한다. 연휴라서 그런지 자리가 많지 않다. 1시간 뒤 출발하는 표를 예매하고 식사를 간단히 하기로 한다. 동대구역 초밥맛집을 방문하여 가볍게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음식 양이 많다. 맛있는데 많다. 배가 빵빵하니 이것도 좋다. 저것도 좋다. 다 좋다. 함께 있으면 뭐든 다 좋다.


동대구역 스시맛집 바르미스시


기차를 타기 전엔 비행기 탈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설렌다. 여행이니까. 목적지까지 50분 밖에 안 걸리지만 기다리고 준비하는 이 시간이 즐겁다. 손 꼭 잡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동안 기차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이 자리에 모여있다. 대부분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다. 우리처럼.


동대구역 승차장


부산역에 도착해 광안리를 향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제나 해운대로 향해 여행을 즐겼는데 광안리가 핫해졌다고 하니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토요일 오후 8시에 열린다는 드론쇼도 한껏 우리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런데 출발부터 난관이다. 광안리가 목적지인 사람들이 많다. 간신히 버스에 몸을 싣고 출발한다. 여기서 지치면 안 되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급행버스에서 10분 서있다가 다행히 자리가 나서 30분은 앉아서 이동한다. 그래도 체력소모가 크다. 자차를 사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무난한 이동을 기대하며 결정한 것인데 이동 시 힘들면 급지치곤 한다. 어찌어찌 광안리 해변 근처에 도착했다. 반쪽이 살짝 힘들어한다. 지쳤나 보다. 아마추어 같으니.


부산역과 광안리 해변


정류장에서 5분 정도 내려가니 광안리 해변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젊은 사람들도 많고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도 많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해변을 거닐다 지친 반쪽을 위해 광안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뷰가 멋진 카페에 들어간다. 카페 3층 확 트인 창가 가리에 운 좋게 착석해서 광안리 해변과 광안대교를 한눈에 담는다. 만원 버스에 지친 심신을 달랜다. 달콤한 쇼콜라 쵸코케이크, 무알콜 모히또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기며 이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해변에서는 모히또지. 반쪽이 회복되어 간다. 기분도 좋아 보이고.


카페오뜨 모히또와 광안대교


광안리는 10여 년 전에 광안대교 야경 보러 와보고 처음인데 많이 바뀌었다. 많이 좋아졌다. 해운대와는 다르게 해변 바로 앞에 음식점과 카페, 술집이 즐비하여 상당히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노천카페와 펍이 많아 가볍게 맥주 한잔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래서 요즘에 핫한 거구나 싶다. 체력을 충전하고 카페에서 내려와 해변길을 걷는다. 바다와 해변, 도심건물들, 사람들을 보며 걷고 또 걷는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둘이서 이 모든 것을 느끼고 즐기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


부산여행은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와서 숙소를 정해놓고 해수욕을 하거나 숙소에 마련된 수영장이나 노천탕을 이용해 놀이를 즐기곤 했다. 식사도 애들이 맛있게 먹고 체력 보충할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해서 먹어야 했다. 우리도 분명 그 여행을 함께 즐겼고 행복했다. 애들이 좋아하고 잘 먹고 건강하면 그것이 우리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 둘만의 시간이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결혼하고 나서 18년이 지나 이제야 우리 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나름 열심히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잘해왔던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드론쇼가 두어 시간 뒤에 펼쳐진다. 산책하며 봐놨던 전망 좋은 펍에서 피맥을 먹는다. 이곳의 전망도 기가 막히다. 페퍼로니 피자와 필스너 맥주가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한다. 날씨에, 눈앞의 해변에, 음식과 맥주에 취하고 또 취한다. 짝꿍도 기분이 몹시 업되어 보인다. 됐다 그거면. 오늘 여행도 대성공이다. 외국인들도 많다. 영화배우 같은 혼자 온 젊은 남자, 잘 어울리는 연인들. 이곳이 외국인가 싶을 정도로 공존이 자연스럽다. 우리 모습도 괜찮은가 보다. 주변에서 우리 모습도 힐끔힐끔 본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미소로 답한다.


맥주집 해피몽크


날이 저물어간다. 곧 드론쇼가 펼쳐진다. 어린이날 특별공연이란다. 드론 대수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8시가 되니 정찰드론이 한번 왔다가 저쪽 동편에서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 10분 정도 열기구, 어린 왕자 등 여러 가지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뒤에 쓱 사라진다.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이 더 재미있게 봤을 듯하다. 우리는 마저 시킨 치킨텐더와 맥주를 마무리한다.


드론쇼와 광안리 야경


펍을 나와 또 한참을 거닌다. 해가 지고 나니 또 다른 야경이 발걸음을 잡아둔다. 오후에 거닐었던 반대편으로 걸으니 횟집을 비롯한 노천펍들이 시선을 이끈다. 화려하고 예쁘다. 핫하다. 어디 한 군데 들려서 광안리의 밤을 충분히 더 즐기고 싶지만 아직 거기까진 허락되지 않는다. 1박은 안된다. 우리 애들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만 이곳에 머물도록 놔두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역으로 이동한다. 시내버스에 사람이 또 많다. 45분을 버스에서 서있다 가니 몸이 힘들다고 그런다. 짝꿍은 다시 지쳤다. 그래도 표정은 환하다. 집에 가서 푹 쉬어야 한다. 무리하면 절대 안 된다. 나이도 있어서.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간신히 막차를 타고 집 근처에 도착한다. 피곤이 몰려온다. 그래도 머릿속은 맑다. 깨끗하게 씻겨진 기분이다. 애들도 빨리 보고 싶다. 그렇게 십수 년을 그렇게 길들여졌나 보다. 남은 연휴에는 책도 실컷 읽고 찜해놨던 영화도 몇 편 보면서 힐링해야겠다. 중간고사 본다고 고생한 첫째와 맛있는 것도 먹고 얘기도 나눠봐야지. 이 녀석은 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겠군.


몇 년이 지나 우리 부부 둘만의 시간이 오롯이 허락된다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또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과 매일 콩당콩당 하던 지금을. 아이들에게 얽매여있는 지금을. 소중한 건 가까이 있을 때 모른다고. 있을 때 잘해야 한다고. 되뇌면서.


이국적인 광안대교 야경



이전 01화 아내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어디든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