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없는 사회부, 휴일도 '5분 대기조'

by 무민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였다. 아니 평화롭길 바랐다. 한 달 전부터 잡은 대전 여행 중이었고 다음날 연차를 썼기에 월요일까지 걱정 없이 쭉 쉬고 싶었다. 마음 한구석 불편함을 안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칼국수를 먹고 있었다.


오지 않길 바라던 연락이 왔다. 문자를 보면 연락을 바란다는 문자, 카톡을 보면 연락을 바란다는 카톡, 그리고 연락을 바라는 듯 화면에 찍힌 두세 통의 부재중 전화. 속이 답답해지는 그 순간 다시 전화가 왔다.


“어, 기사 하나 좀 처리해야 하겠다.”


회사 선배는 일요일에 그렇게 업무지시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날 선배는 일요일에 일이 생기면 본인이 하겠다고 말했었다. 맛있게 매콤하고 걸쭉하던 칼국수 국물이 거북해졌다.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놨다.


사회부 연재 2편.png 이미지=챗GPT


업무지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시스템 장애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부에서 정부 부처를 담당하는 팀이기에, 출입 부처 관련 내용을 정리한 뒤 총집필자에게 보내라는 지시였다. 워낙 대형 이슈인 만큼 일요일임에도 기사를 쓰게 될 거라 예상은 했다. 선배는 전날만 해도 본인이 처리하겠노라 했지만 믿지는 않았다.


기자는 대형 이슈가 터질 경우 당연히 기사를 쓰도록 요구받는다. 일요일이어도 그렇다. 더구나 일요일에는 월요일 아침에 볼 신문을 만든다. 내가 다니는 언론사도 그렇다.


그래서 기자들은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부서별, 팀별로 당직을 돌린다. 웬만하면 당직자가 일하고 나머지 팀원은 주말을 보장받는 구조다.


내가 속한 팀은 일요일 당직이 따로 없다. 사건팀이나 법조팀은 중요도가 높고 처리해야 하는 기사가 많아 팀원도 여럿이다. 우리팀은 선배와 나 둘뿐이다. 담당 분야의 중요성이 없진 않지만 사건·법조보다는 떨어진다. 사건팀이나 법조팀에 비하면 대형 이슈가 많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요약하자면 사람도 없거니와 일요일에 당직을 굳이 돌릴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일요일에 일이 생기는 경우 선배가 처리하거나 혹은 내게 지시가 떨어진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언론인이라면 평일이든 일요일이든 상관없이 일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기자준비생’ 시절 면접장에선 “기자로 인생을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돌이켜보면 취업이 절박한 ‘취업준비생’의 간절함일 뿐이었다.


그 취준생 시절 함께 공부하다가 먼저 기자가 된 동료는 “막상 일해보니 워라밸이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 ‘난 그러지 않겠노라’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 문장은 귀 언저리에 계속 남아 이제는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나는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자로 일하면서 매 순간 느껴왔다. 사회부에 미련이 남아 내 마음과 생각을 외면했었다. 막상 사회부에 오고 주말 구분 없는 업무 연락을 받다 보니 워라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2~3년 차였다면 달랐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주니어 기자의 패기가 살아있던 시기니까. 하지만 7년 차에게 그런 패기와 체력은 이제 없다. 쉬어야 할 때는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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