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걱정을 떠안을 자신이 없다

by 무민

때때로 어떤 말은 한참 뒤에야 가슴을 울린다. 처음 들을 때는 머리로만 이해하다가 뒤늦게 공감하게 된다. 어떤 계기가 있든 세월이 쌓여서든 공감하는 순간에는 머리가 번쩍 뜨인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작년, 어쩌면 훨씬 전이다. 기자인 친구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


“편집국장은 할 게 못돼. 세상 모든 일을 다 자기 고민처럼 봐야 하잖아.” 그 친구는 이따금 나오는 특유의 냉소적인 말투로 얘기를 꺼냈다.


“우리가 계속 언론사에 남으려면 부장, 또 국장까지는 올라가야 할 텐데 그 사람들처럼 남들 걱정만 하고 살기는 싫다. 당장 나도 문제인데. 결국 ‘탈기자’를 해야 해.”


사회부연재3.png 이미지=챗GPT


기자들 대화의 대부분은 언론계를 떠나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만 친구는 유독 단호했다. 난 “그렇지, 그만둬야지”하고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때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학을 뗄 일인가 의아하기도 했다.


사회부에 온 뒤에야 친구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 눈에 띄는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4개월 정도 경험한 결과다.


그간 경험한 부서와 달리 사회부는 단톡방도 사회부 같다. ‘사회’를 다루는 부서인 탓인지, 사회 문제에 한 마디씩 논평을 던진다.


운을 떼는 건 주로 부서장이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치나 사회 분야 기사를 공유한다. 대체로 본인 기준에서 세상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건데 자기 소감을 밝히고 끝나는 때가 많다. 취재 지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횟수는 적다.


사회부에 있으니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 당연한 관심이 지금의 내게는 상당한 피로감을 안긴다. 미국의 이민 정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정부 정책이 일상에 가져올 결과, 사회를 바꾸는 제도의 변화 등등 범위는 무궁무진하고 이 모든 사안에 조금씩은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


세상 이슈를 내 일처럼 걱정하기에는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없다. 집, 결혼, 진로 고민까지 내 앞가림도 잘 못하고 있는데 매일 남의 문제를 내 일처럼 걱정하는 건 꽤 버겁다. 특히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슈면 더 그렇다. 단적으로 나는 육아도 하지 않는데 교육 분야 기사를 써야 한다.


더구나 사회부는 안 그래도 바쁜 부서다. 갑자기 발생하는 사안이 많아서다. 사회부에 와서 쓰는 기사의 수가 전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여유가 부족하면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 없이 내일 하루 기삿거리를 때우는 데에 급급해진다. 뇌가 이런 과정에 적응하면 이슈를 깊게 고민하는 게 어색해진다. 쉬운 길만 찾게 된다.


세상 모든 고민을 떠안아야 하는 사회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경험이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면 버텨야 할 이유는 충분할 거다. 하지만 아직은 효용성을 느끼지 못했다. 부동산부에서는 향후 집 구매 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었고 산업부에서는 투자 가치가 있는 미래 유망 산업을 배웠다.


사회부에선? 내가 사회부, 어쩌면 기자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만 배우고 있다. 지금의 사회부 생활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점도 매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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