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회사를 다니며 느낀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전체 언론사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닐 수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제목 장사’.
산업부에서 이 표현을 처음 들었다. 당직 근무 때문에 회사에 들어간 2년 전 어느 날, 당시의 산업부장은 “결국은 제목 장사야”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이 말에 담긴 의미만 아직 남아있다. 아무리 기사 내용이 좋아도 제목이 흥미를 자극하지 않으면 독자가 클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내용이 평범한 기사여도 제목이 자극적이면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는 뜻이다. 단순한 보도자료일지라도 말이다. 굳이 자극적인 표현을 찾자면 ‘예쁜 쓰레기’다.
그래서 처음 제목 장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나의 기사를 완성하기까지 들인 노력이 제목 하나로 물거품이 되는 느낌을 받아서다.
사실 이건 자기방어적인 변명의 측면이 더 크다. 제목의 중요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은 기사여도 내가 제목을 달았을 때와 회사 온라인뉴스팀이 수정했을 때 조회수가 확연히 달랐다. 나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또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를 최대한 표현하려 한다. 온라인뉴스팀은 철저히 흥미 위주다. 고친 제목을 보면 내가 독자여도 한 번쯤 클릭할 법하다.
다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파급력이 큰 사안으로 의미 있는 기사를 써내면 독자가 모일 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취재력과 글발이 좋으면 통할 거라 생각했다. 순수한 건지 순진한 건지, 그런 믿음이 있었으니 사회부를 지망했을 거다. 산업부는 이슈가 갖는 화제성이 사회부보다 떨어진다.
사회부라고 다르진 않았다. 오히려 자극적인 제목을 더 강하게 요구받았다. 제목에 기사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라는 주문이었다. 우리 회사 기자들이 점잖다고, 그래서 어느 쪽에서도 공격받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편집국장의 메시지라며 공지된 내용이다.
결론은 자극적으로 제목을 달라는 요구였다. 편집국은 전부터 조회수가 갈수록 떨어질 뿐 반등하지 않는다며 ‘위기’를 자주 거론했다. 회사를 둘러싼 언론 환경 분석 결과를 근거로 네이버 조회수 점유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 이후 팀장은 기사 제목을 자주 지적하기 시작했다. 팀장은 “나도 원래 건조하게 달았는데 회사가 원한다”고 했다. 기자가 욕을 감수하고 ‘낚시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총알받이다.
색을 드러내는 제목은 사회부나 정치부와 어울리는 표현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거나 누군가를 죽일 놈처럼 보이도록 기사를 쓰고 제목도 그렇게 만들면 독자 눈길을 끌기는 쉽다. 같은 내용을 다루는 수많은 기사 속에 눈길을 잡는 제목은 뭔가 다를 것 같다는 헛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사의 질로 승부를 하고 싶지만 재밌는 제목에 끌리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뉴스가 무료로 소비되고 경쟁자마저 넘치는 시장 구도에서 언론이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조회수가 필요하다. 독자는 언론과 기자를 욕하겠지만 그들이 바라는 ‘정론직필’을 한다고 돈이 나오지는 않는다. 정론직필 자체가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인 건 차치하고 말이다.
언론은 회사다. 자선단체가 아니다. 돈이 필요하다. 조회수는 돈과 연결된다. 사회부는 조회수 확보의 선봉에 설 수 있는 부서다. 사회부에서도 기사는 상품이다. 그런데 난 상품을 생각하고 사회부를 지망한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