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뚝배기, 정확히 말하자면 뚝배기 속에 담긴 국밥을 봤고 또 먹었다.
그리고 공상(空想)을 했고 또 공상을 했다. 지금, 나는 오늘 국밥과 관련한 두 가지 행위를 했고 두 개의 공상을 했다고 말하는 중이다.
이름난 국밥집의 밥때는 번잡스럽고 또 나름 질서가 잡혀있다. 사람들의 허기가 만들어낸 줄, 난 국밥 한 술을 뜨기 위해 '허기'라는 기원으로부터 출발되고 만들어진 줄의 한 점이 되었다. 난 잡힌 질서에 잡혔고 또 그 질서에서 빠져나올 생각도 없다.
잡힌 질서에 잡힌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 여기 줄지어 선 점 아니 사람뿐만은 아니었다. 국밥을 떠먹고 건져먹을 수저 한 벌을 손에 쥐기 위한 사람들의 나란한 줄 옆에 한국식 개방형 주방의 정수(?), 불타는 화구들이 줄지어 서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불길이 치솟는다. 청색과 홍색의 불길이 엉겨 붙어 솟아오른다.
뒤이어, 진한 꽃분홍색 고무장갑에 실려온 뚝배기가 불길 위에 나란히 올려진다. 청홍색으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뚝배기 속 국밥은 그렇게 뜨거워지고 있었다.
*
첫 번째.
서늘하고, 어쩌면 창백해 보이기도 해.
우린 그걸 보고선 여느 곳보다 더 차가운 바다라고 생각했지.
푸르디푸른 저곳은 바다,
우리가 찾던 세상 모든 바다 중, 가장 차가운 바다.
세상 가장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면
우리의 마음이 얼어버릴까, 멈춰버릴까.
얼고 멈춰, 세상 가장 차가운 바다 안에서 떠돌게 될까.
그렇게 우린 그곳이 세상 가장 차가운 바다인 줄 알았지.
들어가기 전에는 말이야.
얼리고 멈추기 위해 들어온 이곳은 바다가 아니야.
푸르디푸른 그것은
어쩌면 세상 가장 뜨거운 불꽃.
네게로 가는 가장 짧은 시간을 알고
내게로 오는 가장 강한 힘을 알고
푸르디푸른 그곳은
어쩌면 세상 가장 뜨거운 불꽃이 피어나는 곳.
삽시간에 불길 속에 휩싸여 버렸지.
방금 전까지 고요하던 마음이
끝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은 마음이
퍼르르 끓어오르네, 퍼르르 끓어 넘치네.
고요는 그저 산란의 전희,
닿길 바라는 욕망과 연모 그리고 벗어나고자 하는 발원.
우리는 푸르디푸른 불길 속에 있네.
*
두 번째.
드디어 내 차례다.
한참 동안 잡힌 질서에 잡혀있던 내게 많은 것들이 주어진다. 앉을 수 있는 의자, 국밥과 찬을 올릴 수 있는 탁자의 자리 그리고 수저 한 벌. 젓가락을 집어 깍두기 하나를 집어 먹는다. 그리고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의 대사를 생각한다. 그리고 청양고추 하나를 집어 들어 꼭지를 똑 딴다. 뾰족한 곳이 아닌 뭉뚝한 곳에 조금은 묽고 누런 빛깔의 쌈장을 푹 찍어 한 입 베어문다. 오랜 습관이다.
뚝배기 속 옹골차게 담긴 국밥이 내 앞에 놓인다. 기분이 좋다. 방금 불 속에서 나온 국밥은 아직도 불맛을 잊지 못했는지 여전히 퍼르르 끓고 있다. 숟가락을 대기 전 퍼르르를 바라본다. 점점 사그라드는 퍼르르를 보며 숟가락 질을 시작한다.
뚝배기 속 해체된 무엇들의 그것은
어쩌면 어수선하고 소란한 마음
어쩌면 가벼워지고 차가워진 것들
뚝배기는 어쩌면 달궈진 욕조
달궈진 욕조 속에 잠긴 가볍고 차가운 것들
그것들은 어쩌면 부풀고 뜨거워져
어쩌면 다시 하나로 만들어달라고 말하네
뜨겁고 부푼 것을 입 안 가득 채워 넣어
빠트린 것 없이 하나씩 자리를 맞춰
그리곤 어수선하고 소란하고 가볍고 차가운,
그곳에서 우려낸 국물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고 끝까지 들이켰네.
*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