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165센티에 오십 킬로나 나갈까 싶은
깡마른 할아버지를
계절에 한번 정도 건널목에서 마주친다.
늘 자기 등짝을 가려버리는 큰 크기의 배낭을 지고,
오늘은 자기 몸의 반절은 되겠는 은행을 가득 담은 주머니를 가슴 가득 안고 간다.
무게에 힘이 부쳐 잠시 내려놓았다가
으잇- 하고 다시 걸음을 걷는다.
뜨거운 가을 햇살이 꽤 더울 텐데,
두꺼운 솜 잠바를 입고 발걸음을 옮겨 걷는다.
나는 폐지가 가득 담긴 리어카를 움직이는 할아버지를 마주칠 때,
폐지를 쌓아 올린 돌돌이 구루마나 유모차를 밀며 걷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자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렇게 남은 생을
지내도 되는 걸까.
젊을 적보다 더 체력이 부족해진 힘없는 노인들이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하는 이 일들만이
유일한 생계가 되어도 되는 걸까,
하고 자꾸 우울한 마음이 든다.
아직은 젊고 힘이 남아있지만
언젠가 늙고 힘이 사라질 내가
덜 힘에 부치는, 내 젊은 세대들에게 우울함을 주지 않을 수 있는 미래를 지내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모두가 좀 편히 지내면 좋겠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생을 마무리해야 하는
노년에는 더욱 편히 지내면 좋겠다.
2015년 10월 일기
#mooninsun
#그리고요가하는일상 #꾸준한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