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후기

초단편소설

by 책방별곡

넷플릭스의 도시괴담을 보고 소설을 써봤습니다.



​예약 문자에는 상호명 없이 주소만 달랑 적혀 있었다. 강남구 역삼동의 낡은 오피스텔 604호. 지하철역에서 오 분 거리라더니 지도 앱의 붉은 핀이 가리키는 건물은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피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침한 회색빛이었다. 하지만 시술 전후 사진 속 또렷한 눈매, '원장님 손은 신의 손'이라는 수백 개의 칭찬 댓글이 불안을 억눌렀다.
​건물 로비의 층별 안내도에는 6층 전체가 공란으로 비워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흔한 전단지 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좁고 서늘한 복도를 지나 604호 문 앞에 섰을 때 노크를 하기도 전에 육중한 철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오셨네요."
​원장이라는 여자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피부, 부자연스럽게 오뚝한 코.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짙은 화장 너머의 눈동자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방안은 숨이 막힐 듯 비좁았다. 덩그러니 놓인 낡은 가죽 베드 하나와 눈을 찌를 듯 밝은 스탠드 조명.
​"아이라인은 처음이시죠? 많이 긴장하셨나 봐요."
조야한 말투의 여자가 은색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에서 작은 유리잔을 들어 내밀었다.
"목 좀 축이세요. 긴장 풀리는 차예요."
​옅은 복숭아 향이 나는 차가운 음료였다. 긴장으로 땀범벅이 되어서 단숨에 들이켰다. 기분 나쁘게 끈적한 단맛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베드에 눕자 눈부신 조명이 시야를 하얗게 태웠다.
​"자, 이제 눈 감으세요."
​지시에 따라 눈을 질끈 감았다. 눈꺼풀 위로 차가운 연고가 발라질 거라 예상했지만 그보다 먼저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더니 이내 까마득한 수마가 나를 집어삼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시야를 찌르는 강렬한 빛에 번쩍 눈이 떠졌다.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손가락 끝 하나 발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몸은 마치 무거운 납덩이에 짓눌린 듯 침대에 완전히 눌어붙어 있었다. 혀뿌리조차 굳어 비명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오직 눈동자만이 공포에 질려 좌우로 미친 듯이 굴러갔다.
​"흐으음~ 흠~"
​가벼운 콧노래 소리와 함께 여자의 얼굴이 시야 위로 불쑥 나타났다. 원장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기괴할 정도로 짙어져 있었다.
​"어머, 깨셨네? 마취가 조금 일찍 풀렸나 봐요. 다행이다. 아이라인은 방금 아주 예쁘게 잘 끝났거든요."
​여자가 거울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창백한 얼굴 위로 섬뜩하리만치 진하고 완벽하게 그려진 아이라인이 보였다.

​덜그럭.
여자가 트레이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조명 빛을 받은 은빛 수술용 메스가 서늘하게 번쩍였다.
​"다들 이렇게 힘이 빠졌을 때 표정이 제일 예쁘더라고요. 자꾸 눈동자가 굴러다니면 피드에 올릴 사진이 안 예쁘게 나오니까요."
​여자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눈꺼풀을 차가운 손가락으로 억센 힘을 주어 벌렸다.
​"이제 작품이 변하지 않게 마무리할게요."
​날카로운 메스의 끝이 옴짝달싹 못 하는 내 오른쪽 안구를 향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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