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취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드럼 배우기!
(*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 얘기가 시작이었다.)
나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을 지나고 있다.
말이 5개월이지 일주일에 한 번 레슨에, 그것도 3~40분 정도.
다른 사람들처럼 주중에 연습을 전혀 못 하는 상황이니
5개월이 됐어도 실력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건 당연지사.
(마음만 앞서서 금방 뭐라도 될 줄 알았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내가 다니는 곳은 ‘실용음악학원’의 성인 취미반도 아니고
이미, 연주가 가능한 곡이 몇 곡은 되는 분들이 모인 ‘드럼 동호회’도 아닌
기초부터 제대로, 시간이 좀 걸려도 천천히, 아티스트 마인드가 탑재된 쌤이
가르치는 ‘드럼 클럽’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나는, 그룹 레슨을 받는 분들과 시간이 안 맞아 1대 1로 레슨 받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중 <정기 연주회>가 있는데,
다음 달 연주회에 나가보라는 쌤의 권유를 받았다.
고민 끝에 도전해 보겠노라, 말씀드렸고
그동안 내가 선곡한 곡들을 놓고 같이 얘기한 결과
지금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곡으로 선택, 오늘은 악보도 만들어 주셨다.
나의 발표 곡은 <여은 – 이젠 잊기로 해요>
(이장희, 김완선 버전보다 뭔가 마음이 더 아려 와서 좋아하는 곡이다.)
악보를 앞에 놓고 곡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한 번 쭉- 듣는데,
그리고 들은 대로 한 번 따라 해 보는데, 이건 뭐, 양손, 양발이 다 따로 논다.
수업 전에 조금 일찍 와서 연습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쌤 앞이라 긴장해서 그런가? 잘하려는 욕심이 앞서서 그런 걸까?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이 수준으로 과연 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안 한다고 할까?’
마음에 부담이 팍팍 밀려오며 갑갑해지기 시작할 때..
바로 그때부터였다.
쌤의 지적질 폭격이 다다다다-시작됐다.
“에에? 왜 또 그렇게 해요? 그게 아니라니까요? 또, 또, 그런다!
아니, 그것도 아니, 다시, 아니.. 내 말을 이해 못 한 거죠?”
쌤이 원래 친절하고 자상하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스타일인 걸 정녕 모르지 않았지만, 오늘은 심하게 상처가 됐다.
주눅 들고, 의기소침해지고, 급기야 자괴감마저..
그러다 보니 내 입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얘기는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려워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데.. 남들처럼 연습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 세 번 레슨에 이게 가능할까요? 휴.. 너무 못해서 걱정이에요.”
이에 쌤의 반응은..
“아니 왜 자꾸 안 된다는 소리만 해요? 사람이 왜 그렇게 부정적이에요?
선생인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거예요?
할 만하고, 될 만하니까 시키는 건데.. 왜 말을 자꾸 그렇게 해요?”
서로 한숨을 내쉬며 레슨이 끝난 후에도 이런 대화만 무한 반복....
그러더니 이런 식이라면 자기는 더 할 말 없다며
먼저 등 돌리며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순간, 없는 시간 쪼개가며 내 돈 내고 배우는 건데
왜 이런 소리까지 들으며 해야 하나, 싶어 지니
연주회고 취미고 뭐고, 다 관두고 싶어졌다. 자신감, 의욕 상실.
물론, 내가 쌤이었어도 진짜 답답하고 한심했을 거다.
쉽게 할 수 있는 건데 자꾸 틀리고, 당최 따라오지를 못하니..
가르친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기대에 전혀 부응을 못하니..
허나, 마음과 달리 몸이 안 되는 나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그러다 보니 말이 부정적으로 나가곤 했던 터인데..
근데 이걸 또 콕 집어서 뾰족, 짜증, 불친절한 태도로 말해버리다니..
즐겁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이런 모습에 여길 계속 다녀야 하는 건지..
집에 돌아오는 길 생각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즐겁게, 오래, 다니는 걸 보면..
어쩌면 난, 나와 너무 결이 안 맞는 곳에서
지금까지 시간을 보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난 그저, 채찍을 많이 주는 곳보다
당근을 많이 주는 곳을, 그런 쌤을,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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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한 줄 : ‘참 잘했어요.’ 도장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