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한 번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고민
나는 왜 사는가? 내 삶은 의미가 있는가?
애를 쓴다. 우리는 정말로 애쓰며 산다. 저마다의 쓰임을 인정받으려고, 그렇게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알길 원한다고 한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온갖 종류의 고통과 환희를 겪으며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얼마 전, 친한 언니와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행복하긴 한데,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너무 까마득 해. 힘들고 괴로워. 사실 여기가, 이 삶이 지옥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다시 태어나고 싶냐 물으면, 난 아니라고 대답할 거야."
나는 그의 말에 공감했다. 삶은 고통이다. 되도록 삶이 쉽기만 하면 좋을 텐데, 한 살씩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일이 훨씬 많다. 그 역경을 꾸역꾸역, 등에 짐을 가득 싣고 사막을 걷는 낙타처럼 간신히 걸어낸다고 해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정말이다. 혹시 누군가 당신에게 "이것만 하면 밝은 미래가 펼쳐질 거야"라고 꼬신다면, 99%의 확률로 사기꾼이니 조심하라. 인생에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그나마 덜 억울하게 살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지금껏 내 돈 주고 복권 한 장 사본적이 없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이 속편 하기 때문이다.
삶은 고난인데, 아주 가끔은 이 삶이 축복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나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인 것 같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찬혁이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은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해"
이마를 탁 쳤다. 그래 맞아. 내가 나의 삶을 지옥이라 여기면 무엇이 내게 와도 형벌로 느껴진다. 반대로 내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여기면 아무리 힘든 상황도 그저 나를 통과해 가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천장이 꺼지는 듯한 고통과 괴로움을 맛본 적이, 누구나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그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그래도. '지나간다. 이게 지나가고 나면 나는 다시 나의 삶과 본래의 내 모습을 찾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해볼 만한 일이다.
만약 내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힘차게 극복해 가는 과정들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한다며,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솔직하게 나에게 묻는다. 네 삶의 의미는 무엇이니. 너, 왜 사니. 바로 답을 내리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모든 게 의미 없다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내 삶이 어떤 대단한 의미가 있고,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걸출한 인물이 되어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람들에게 내 이름 석자가 거론될 만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내 삶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 나에게 의미가 있다. 매일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나의 하루인지도 모른다. 그게 내 삶의 사명인지도 모른다.
삶의 의미, 그런 건 애초에 없던 거였다. 초월적 존재가 나를 이 땅에 무슨 사명을 쥐어주고 보낸 것 같지도 않고, 나에게 어떤 대의가 있어서 그것을 이루고자 사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 욕망에 충실하게 살면서, 그 과정들에서 작은 의미들을 발견할 뿐이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가난한 집안 환경이었지만 선생님들에게 교사용 참고서를 얻어서 치열하게 공부했던 나. 그 결과로 누구나 이름 들으면 아는 명문대에 장학금 받고 입학한 나. 그 과정에서 나는, '갖고 싶은 건 무조건 갖고야 마는 나의 근성'을 발견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없어 보이지 않고 싶어서 20대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돈을 벌었던 나. 한 번에 기본 3개의 아르바이트와 과외, 근로장학생까지 병행했던 나. 그렇게 간신히 돈을 벌어서 남들만큼 먹고, 입고, 학비를 내며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나.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조건에서도 나를 굶겨 죽이지 않는 나의 생활력'을 발견했다.
이제는 안정되고 안락한 삶을 살고 싶어서 적당히 조건 맞는 남자와 결혼을 했던 나. 그리고는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서 3년 만에 이혼을 하게 된 나. 따뜻하고 정돈된 삶에서 하루아침에 다시 20대의 내 삶,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고 오직 내 몸 하나 믿고 그저 앞만 보고 묵묵히 돈을 벌던 나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나는 안심했다. 잠깐 내가 나를 기만하며 살 뻔했는데, 진짜 나로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도 내 것으로 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만 32년 동안, 나름의 치열한 삶의 과정을 겪으며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의 마음의 소리와 욕망에 솔직한 선택을 해 왔다.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 내 삶의 의미는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이구나.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들이구나. 어떤 학위, 어떤 차, 얼마의 연봉, 평당 얼마의 집, 그런 것이 아니구나.
내 삶의 의미는 사랑으로부터 나온다. 타자에 대한 사랑도 물론 한몫을 한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나의 욕망, 내가 원하는 것, 진정 갖고자 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나.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자 성실하고 정직하게 노력하는 나. 그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는 게 좋다. 그게 내가 규정한 내 삶의 의미이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 왜 사는가? 무엇으로 사는가. 어떤 의미를 갖고, 혹은 바라고 사는가?
해가 바뀌기 전, 이맘때 진지하게 마주하기 좋은 제철 고민인 듯싶어 당신과 나누고자 이 글을 썼고,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