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부 > 사랑의 힘
2. 불교 포교원에서
그녀는 대학 재학 중에도 철학을 전공해서인지 특히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이미 학교에서도 불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왔던 터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서 바로 가까운 이곳 홍제동에 자리하고 있던 ‘청년 불교 포교원’에서 청년 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당시 이곳 포교원은 사찰(寺刹)이 아닌 말 그대로 ‘청년 불교 포교원’으로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불교 포교 및 사회 봉사 활동 단체로서 남녀 구분 없이 뜻을 같이 하는 젊은 청년이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 포교원은 규모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나름의 어려움도 있었다. 더구나 법사님은 젊은 나이였음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건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한 법사님의 병약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법사님의 형은 아우의 건강에 대해 염려가 많았다.
“우선 네 몸 건강부터 챙겨라! 사람이 몸이 성하고서야 그다음에 무슨 일을 해도 해야지!”
하고 동생, 법사님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고 챙겼다. 그러던 중, 전에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침술(鍼術)의 달인 '박 은성' 씨가 문득 생각난 것이다.
그곳 감옥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종종, 다치거나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정성껏 치료해 주던 모습을 눈여겨보아 왔던 터였다. 법사님의 형님은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박 선생’을 아우인 법사님에게 소개해주기로 한 것이다. 당시 그는 출감하여 종로 5가에 잘 알려진 모 한의원에서 침술사로 일하고 있었다.
“내가 침술이나 한방(韓方)에 대해 아주 남다른 의원을 소개해 줄 테니, 먼저 네 몸의 건강부터 회복하도록 해라! 아마 그 사람이면 틀림없이 건강을 되찾아줄 것이야.”
곧바로 박은성 씨, 박 선생을 수소문하여 찾아가 법사님인 동생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잘 치료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하여 박 선생이 이곳 포교원에 처음 오게 되었다.
당시 박 선생은 수감 생활을 하는 중에 고통받는 동료들을 수도 없이 치료해 왔다. 그렇게 박 선생의 손을 거쳐 잘 회복되고 놀랍게 치유해 주는 모습을 법사님의 형은 수감생활 중에 여러 번 보아왔던 터였다.
박 선생은 법사님을 처음 대면하여 안색을 살피고, 법사님, 본인으로부터 지금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를 신중하게 들은 다음, 진맥을 통해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짚어냈다. 그는 진맥으로 환자 법사님의 병약한 원인을 찾아내고, 빠른 회복을 위한 그 처방에 정성을 쏟았다. 그 뒤로 침술, 한방 약물 치료, 섭생, 생활 습관 등을 관리하여 법사님의 건강이 차츰 호전되어 갔다. 그렇게 상당한 기간이 흐른 다음, 이제 본래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건강이 더 좋아져서 안정적으로 포교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법사님 본인 스스로도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은 것에 놀라고, 옆에서 지켜보던 형님도 크게 기뻐하고 반겼다. 그간 애쓴 박 선생의 노고와 그 역량에 대하여 모두 놀라워했다.
법사님은 신도들에게 강론을 하는 가운데서도 박 선생의 치료 덕택에 본인이 보는 바와 같이 예전 건강함을 되찾았노라고 소개하였다. 이처럼 법사님의 건강을 회복시킨 이야기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기들 눈으로도 이미 확인한 바, 박 선생은 이곳 포교원에서 침술 치료 효과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다.
거기다 주변 사람들까지 너도 나도 ‘법사님을 완쾌시켰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 포교원을 찾아 모여들었다.
특히 사람마다 알게 모르게 허리 통증, 어깨 결림, 무릎 관절염 등, 여러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입 소문을 듣고 박 선생의 진료를 받기 위해 멀리에서까지 포교원을 찾아왔다.
그렇게 모여든 많은 사람들을 항상 정성으로 보살펴 치료해 주었다. 박 선생으로부터 치료를 잘 받고 돌아간 사람들은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또, 박 선생을 소개하니 자연 포교원의 신도들까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치료비를 내시려거든 이곳 포교원에 하십시오.”
이와 같이 박 선생은 이곳 포교원을 섬기는 신도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사례를 받지 않았으며 오직 정성을 다해 환우들을 돌보아 자연스럽게 박 선생 주변에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인 듯 항상 붐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박 선생은 그간 수감생활을 하는 가운데 한방 침술뿐만 아니라 손재주가 좋아 목공, 건축 등, 어려운 국가 기술 자격증을 이미 여럿 따놓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손재주 또한 좋았다.
여러 가지 손재주에 거기다 부지런하였다. 무슨 일이든지 이곳 포교원에서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본래 눈썰미가 남달라 포교원의 시설 관리에 아무 어려움이 없도록 무슨 일이든 잘 도와주었다.
마침내 이곳 포교원 살림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어떤 시설이 고장이 나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그를 찾았고 또한 솜씨 있게 잘 처리하였다.
지금까지 없던 시설도 필요하다 싶으면 그 시설을 새로 만들고 설치해놓기도 하고, 어느 사이 박 선생은 이곳 포교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박 선생의 그러한 모습을 남다르게 관심을 갖고 유심히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눈여겨보아 왔던 것은 아니었다. 점차 가만히 지켜보면 볼수록 ‘참 대단한 사람이네’ 하고 그렇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 바로 현민애 씨였다. 그와 같이 자연스럽게 박 선생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 환우들에게 정성으로 대하는 모습을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차츰, 눈여겨보게 되고 점차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가까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포교원 안에서 아무 까닭도 없이 개별적으로 만나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멀리서 남다른 관심을 갖고 가만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때로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가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실망하거나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박 선생, 참으로 그 사람은 그저 한결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기보다 본래 천성일 수 있겠으나, 아마도 형님, 동생사이로 의형제까지 맺은 선생과 오래 동안 수감 생활을 같이 해오면서 바로 가까이서 선생의 모습을 끊임없이 따르고 본받으면서 자연 그와 같은 내공이 쌓인 것은 아닐까?
그녀는 박 선생을 무심한 척, 그러나 내심 관심 있게, 그리고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 모인 젊은이들은 당연히 포교원에서 이곳 법사님을 통해 불교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나름 깨우치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녀도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 한 사람 잘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중생들을 위해 나 스스로 먼저 깨우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를 생각하듯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생각하고,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 중생을 또한 깨우치게 한다는 것. 그러한 자신의 삶에 대한 깨달음, 즉 자기 성찰(自己省察)에서부터 항상 끊임없이 나름 정진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자신의 삶을 통해 다른 사람을 구제하고자 하는 그러한 삶에 대한 깨우침,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깨우침을 통해 이제까지 자기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또 다른 더 넓은 세계가 있음을
찾고자 했다.
불교의 기본적 가르침은 '자비(慈悲)'이다. 중생을 사랑하여 기쁨을 주는 것을 ‘자(慈)’이고, 중생을 가엾게 여겨 괴로움을 덜어 주는 일을 '비(悲)'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자비’는 끊임없는 자기 수련을 통한 인간 심성의 높은 승화(昇化)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어느 한 곳을 같이 바라보며 평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러한 동반자는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이 세상에 있다면 그는 어디에 있을까?
꼭 배우자가 아니라고 해도 그러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기는 할까? 아마 그러한 생각으로 자기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눈여겨 살펴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는 진정한 삶의 동반자,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 만한 그러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만약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