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부 > 사랑의 힘
1. 정동 세실극장에서 만남
정동 세실극장, 1층 레스토랑. 오늘 이곳에서 예비 신랑, ‘박은성’군과 신부 ‘현민애’ 양이 앞으로 있을 결혼식을 앞두고, 그 준비를 위한 사전 모임을 가졌다. 예비 신랑, 신부는 아무래도 긴장이 되는지 조금 상기된 표정이다.
신랑 ‘박 군’의 가족으로 유일하게 소개할 수 있는 분은 바로 형님인 '우보 선생'이었다. 그리고 이 뜻깊은 자리를 더욱 빛내주기 위해 선생과 막역한 두 분이서 함께 자리했다. 먼저 소개할 사람은 ‘세실극장’ 대표인 이영윤 씨,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두 사람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 주실 김병권 씨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랑 박 군이 앞서 영복이 형님께 결혼 주례를 부탁드렸었다. 그러자 선생은 웃으며,
“형님이 동생 결혼 주례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하고는,
“내가 때가 되면 주례하실 훌륭한 분을 모셔올 테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했었다.
이어 자연스럽게 신랑과 신부의 인사 소개로 이어졌다.
“저는 박은성입니다. 저희를 위해 함께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자기소개를 하자 옆에 있던 예비 신부도 이어서,
“현민애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하고 나란히 서서 인사를 했다. 그렇게 예비 신랑, 신부 둘이서 인사를 하자 모두 화답하듯 따뜻한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창밖에서는 함박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눈으로 하얀 눈발이 바람결에 휘날리고 있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길에는 고즈넉한 덕수궁 담장이 건너다 보였다. 그리고 바로 뒤로는 ‘성공회 정동 성당’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유럽풍 분위기를 연출했다.
“창밖에 하얀 눈이 내리는군요. 첫눈 내리는 날의 만남이라! 오늘 참 좋은 만남의 자리인가 봐요. 두 사람을 미리 축복해 주려고 하늘에서 눈까지 내려주시고……!”
하고 선생은 첫 만남의 자리인지라 두 예비 신랑, 신부가 자칫, 긴장할 수도 있어 첫눈 내리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웠다. 오늘 예비 신랑과 신부 만남의 자리는 모두 영복이 형이 미리 기획하고 준비한 자리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아우님이 그간에 덕을 많이 쌓았나 봐요! 이렇게 젊고, 참한 색시를 만나 장가를 들게 되었으니 말이오.” 하고 웃으며 말하였다.
“저가 덕을 쌓기는요. 무슨……! 모두 다 앞에 계신 형님 덕택이지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형님이 비록 의형제 관계지만 형님도 그런 형님이 없었다. 긴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옆에서 친형님처럼 도와주며 그를 염려했다.
“참, 신부 되실 우리 민애 양은 박 군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드셨나?”
“아! 저한테 박 선생님 모두가 그냥 좋았어요.”
“아주 신부님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웠군요!” 하고 선생이 이야기하자 모두들
“와- 하하” 하고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민애 씨네 부모님이랑 가족은요?”
“부모님은 두 분 다 계시고, 제 위로 오빠와 언니, 각각 두 분이 있어요.”
“아! 그래요. 어떻게 부모님은 두 사람 결혼에 대하여 어떠셨나요?”
“안 그래도 처음에는 많이 반대하셨어요, 그런데 다행히 큰오빠가 박 선생님을 전부터 잘 알고 지냈대요.
오빠가 중간에서 부모님께 잘 말씀해 주셨어요. 박 선생님을 믿고 결혼시켜도 된다고,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 부모님 걱정하게 할 사람이 아니라고요. 아무래도 부모님은 큰 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잖아요.”
“아! 그랬군요. 큰오빠가 신랑 될 박 군을 전부터 잘 알고 있었군요.”
선생이 궁금히 여겨 묻자 신랑 박 군이,
“그 큰오빠가 ‘현우형’이라고, 학생 운동을 하다 붙잡혀 저하고 대전교도소에서 같이 생활을 했어요.”
“아! 그래, 현우영? 그러고 보니 감옥 동기생이었군!” 선생의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처음 어떻게 만났어요?
“그러니까 지난겨울, 제가 발목을 다쳐 치료를 받느라 박 선생님을 처음 가까이서 뵙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마치 저를 친동생처럼 치료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고요. ‘우보 형님’ 이야기도 박 선생님한테 많이 들었어요. 아마 그때부터 서로 편안한 마음이 된 것 같아요.”
“아! 민애 씨 발목을 다쳤던 게, 바로 좋은 인연이 되었군요. 나도 ‘박 군’을 감옥에서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우리 서로 의형제를 맺자’고 내가 먼저 이야기를 했지.”
이어 예비 신랑 박 군과 신부 현 양에게,
“서로 좋은 사람들끼리 만났으니, 이제 서로의 삶을 아름답게 잘 가꾸기 바래요. 둘이서 아주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자리는 서로가 잘 알고 지내던 오랜 지인들 사이처럼 그저 편안했다. 항상 그렇게 선생은 어떤 누구를 만나도 참으로 편안하게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셨다.
“오늘 여기 함께해 주신 이영윤 대표님께 인사드리세요. 이번 우리 신랑, 신부, 두 사람의 새 출발을 위한 결혼식 올릴 장소, 바로 이곳 ‘세실극장’에서 할 수 있도록 약속해 주셨어요. 그것도 아주 흔쾌히……!”하고 소개하자 모두들 박수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하고 두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아!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주실 우리 ‘김병호 선생님’ 소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주례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일어서 인사했다.
“예식장은 세실극장으로 결정되었고, 신랑 신부! 이제 결혼식 날짜를 잡아야지요. 둘이서 미리 생각해 둔 날짜가 있나요?”
“저희는 다음 달 12월 중순쯤으로 올해를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오늘이 11월 20일, 그리고 참, 이번 12월 18일에 '대통령 선거'가 있지요? 일단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바로 그다음 날 어때요? 서로 기억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누구인지 당선자가 나올 것이고, 어쨌거나 그날이 축제의 날이 될 수도 있고, 대통령 선거 다음 날 그러니까 ‘12월 19일’로 정하면 어떨까요?”
“아! 저희는 좋습니다.”
“신부님도?”
“예. 저도 그날 좋아요.”
“자! 그러면 여기 ‘박은성 군'과 신부 ‘현민애 양'의 결혼식은 이번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12월 19일 12시, 이곳 세실극장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하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모두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곧이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 이제 음식을 드시면서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지요.”
“아 참! 그리고 피로연 장소도 미리 정해야겠네요.”하고 신랑 박 군이 말을 꺼냈다.
“지난번에 우리 세실극장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이곳 레스토랑에서 피로연 장소를 마련했거든요. 한식 전문이니까 미리 예약만 해놓으면 별 어려움이 없을 거예요.”
세실극장 이 대표님이 피로연 장소로 바로 이곳, 한식 전문 레스토랑을 추천해 주었다.
“그럼, 여기 지배인을 불러 이야기를 하지요.”
바로 지배인이 왔고, 그러한 뜻을 전하니 지배인도 흔쾌히 수락했다.
아예 메뉴도 단일 품목으로 정했다. 모든 것이 그저 일사천리로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이제 이곳 레스토랑의 음식 맛이 어떤지 맛볼 차례가 되었다.
곧 신랑이 될 박은성 씨는 '결혼'이라는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 아주 순조롭고, 수월하게 잘 이끌어 준 형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예비 신부도 함께였다.
“형님, 감사합니다. 모두 다 형님 덕택입니다. 오늘 함께 자리해 주신 이 대표님, 또 우리 결혼식에 주례를 맡아주실 김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아! 이렇게 마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날이 언제 있어 보았던가?’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고, 또한 생각할수록 감사할 따름이었다. 박 선생은 잠깐 사이 지난날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 가운데 특히 우보 형님과 함께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처음 감옥살이하던 눈물겹던 그 시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처음 재판을 받던 곳이 바로 이곳 덕수궁 가까운 곳에 있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솟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 같이 좋은 날, 그래서 안 될 것 같았다. 창밖에서는 앞으로 있을 두 사람의 결혼식을 미리 축복해 주는 듯, 하얀 눈발이 소리도 없이 내리고 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