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 희망 일깨우기
6. 영원한 새것이 어디 있나?
박 병장은 선생과 함께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처음 만나, 안양교도소를 거쳐, 대전 교도소로 함께 이감되었다. 처음 만나면서부터 둘은 무려 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했다.
대전 교도소에 이감되었을 때, 두 사람은 독립운동가이자 한학자인 '이구영 선생'*을 그곳에서 만났다.
이구영 선생은 훌륭한 한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하셨다. 대전 교도소에서 이구영 선생을 만난 신 선생은 한 방에서 이구영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년동안 한학을 비롯한 동양 고전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박 병장 또한 이 선생으로부터 처음 한의학과 침술을 옆에서 배우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박 병장이 본격적으로 한의학을 배우게 된 것은 대전 교도소에서 당대의 한의학 권위자였던
홍치달 선생을 만나면서부터였다.
홍 선생은 아주 두꺼운 한의학 전문서적을 박 병장에게 건네주며 먼저 이론을 제대로 익히라고 했다.
한의학 전문 서적이 아주 귀하던 시절인지라 박 병장은 처음부터 아예 필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인체 도해'가 나오면 그 인체 그림까지 그대로 옮겨 그렸다. 그는 그림 솜씨도 남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필사를 하던 중에 너무 힘들고 피곤했던 나머지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그 사이 잠결에 그만 잉크병을 넘어뜨렸고, 한방 의학 책에 잉크를 쏟고 말았다. 깜짝 놀란 박 병장은 그다음 날, 바로 홍 선생님께 찾아가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소중하고 귀한 책에 잉크를 쏟았으니, 박 병장은 그저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홍 선생은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아주 따뜻한 격려 말씀을 해주셨다.
“이 사람아! 영원한 새것이 어디 있나! 밤을 새워가며 그렇게 애써 공부하는 자네가 오히려 기특하군.
그 한의학 책을 자네에게 아예 줄 테니 책값 걱정은 말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홍선생님의 그 말씀을 듣고, 박 병장은 고마움 마음에 더욱 열심히 한의학 공부를 했다.
그는 자기가 깨닫고 배운 것을 자신의 몸에 먼저 실험을 해보고 그 효과를 검증했다. 그리고 충분한 확신이 섰을 때, 비로소 다른 환우들에게 시술했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그는 점차 맥을 짚고 침을 놓는 데 아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제 눈을 감고 맥을 짚어 병의 근원, 원인을 찾아냈다. 손목을 삐거나 허리를 다친 동료들을 그는 익숙한
솜씨로 뼈를 본래대로 맞추고, 침술까지 마치면 언제 그렇게 아팠냐는 듯, 온전히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부축을 받거나, 업혀서 들어왔어도 대부분 치료를 마치고 나면 스스로 거뜬히 일어나 자기 발로 발로 걸어 나갔다.
그의 침술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진정한 한방 의술이었다. 그것은 우연히 된 일이 아니고, 오랜 시간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끊임없는 자신의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구영 선생님, 홍치달 선생님,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의술도 있을 것이고, 환우를 대하는 정성스러운 태도, 본인 스르로의 마음가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