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작 꼼지락

어른 김장하 선생

by 청목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기려 박사’는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릴 만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부산복음병원>을 개원, 나라에서 실시한 의료보험제도보다 21년이나 앞서 ‘청십자 의료보험’을

설립 운영하였고, 평생을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의료 사업으로 청빈과 봉사하는 삶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장기려 박사는 의사로서 현대 의료 사업으로 사회봉사를 해왔다고 한다면,

‘어른 김장하’로 소개된 이 분은 경상남도 진주에서 한방(韓方)을 통한 한약국을 50년 동안 종사하며

장학, 언론,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성경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평생을 살아온 분으로 최근 <어른 김장하> (김주완 기자)라는 ‘다큐 영상’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김장하 선생은 장기려 박사와는 달리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워 중학교만 겨우 졸업하였고,

어린 그 시절부터 한약방의 점원으로 취직,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약초를 썰고 늦은 밤

한방의약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여 19세에 한방의약 면허 시험에 당시 최연소 합격하였다.


그리고 20세 때부터 조부(祖父)가 어린 시절 지어준 아호대로 <남성(南星) 당 한약방>을 차렸고,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방약을 처방하여 병을 잘 낫게 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본인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 더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까닭도 있을 것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더 배우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하여 때로는 학교 등록금은 물론 심지어

기숙사비까지도 지원하였다.

그와 같은 훌륭한 선행에 대해 각종 언론기관에서 보도를 하려고 찾아가면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하였고

아예 만나주지를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 “똥(人糞)을 쌓아 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밭에 골고루 흩어 뿌리면 거름이 되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이,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장학생 가운데는 대학교의 유명한 교수 등, 사회의 곳곳에서 이름을 떨치며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편, 선생으로부터 장학금 수혜를 받은 학생 가운데 어른으로 성장한 후, 한 인터뷰에서,

“선생님의 귀한 장학금을 잘 받았는데, 좀 더 훌륭한 인물이 못되어 죄송합니다.”하자, 선생이 답변하기를,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지탱하고 있는 것이에요.”


또, 장학금 수혜를 받는 어느 한 여학생이 있었고, 당시 학생 운동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장학금을 지원해 주셨는데, 이렇게 학생 운동하다 쫓기는 몸이 되어

부끄럽습니다.”하고 말하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데모하는 것도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라고 오히려 그 운동권 여학생을 격려했다.


지난 4월 퇴임한 문형배 헌법 재판관에게도 그랬듯이, 장학금 받았던 수혜자들이 장성하여 선생께 찾아와,

“어떻게 하면 그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요?”하고 물으면,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에게 갚으려 하지 말고, 이 사회를 위해 갚아라.”하고 대답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학교 법인 <명성재단>을 만들어,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였고

도서관, 체육관 등 시설을 고루 갖추어 학교를 본 괘도에 올려놓은 다음, 처음 약속한 대로 국가에 온전히

기부하였다.

그와 같이 장학, 교육, 언론, 문화 예술 사업, 어려운 사회단체 지원 사업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어려운 곳을 찾아 남이 모르게 지원하였고, 특히 ‘형평 운동 (평등한 사회를 구현)’을 힘써 지원하였다.

사회의 구석구석 어려운 곳을 찾아 도움을 주었으나, 오직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그는 50년 넘게 이어온 한약방도 접고, 지금까지 승용차 없이 늘, ‘사부작사부작’ 걸어서 출퇴근을

해왔다.

그와 같이 ‘꼼지락꼼지락’ 어두운 사회를 밝히고자 애써왔으며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은 인생,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는 데, 자신의 인생길에 있어 누구에게 내보이거나 생색내려 하지 않으셨다.


오늘도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렇게 김장하 선생은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걸어서 산에 오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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