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S 학교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된 것은 4월 초였다.
그러니까 막 4월의 봄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해 봄은 유난히 늦게 왔다.
어느 날 창밖에는 하얀 눈발이 섞인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른 해보다 좀 늦었지만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학교 진입로 양쪽에는 20여 그루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때가 되자 벚꽃이 만발하였다.
그야말로 학교가 온통 환한 벚꽃 속에 파묻힌 듯했다.
지금껏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교문 한쪽에 자그마한 입간판이
있었고, 거기 ‘00년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 선정’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봄만 되면 벚꽃이 가득한 이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을 어떻게 잘 살려 볼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선생님들과 함께 뜻을 모아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님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벚꽃 이벤트', '벚꽃 축제'를 열었다.
멋진 벚꽃 행사를 그렇게 마무리했을 때, 교정에는 겨울 동안 나목(裸木)으로 우두커니 서 있던
나무들이 어느 사이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2층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면 거기 아름드리 한 나무가 서 있었다.
사실 처음 그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알지 못했다. 그 나무는 '윤극영 작사, 작곡' <반달> 동요 속에
나오는 '계수나무'였다.
그렇게 싹이 터 피어난 잎은 마치 동그랗고 작은 '하트’ 모양이었고 그 모양 그대로 자라났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 커다란 나무를 뒤덮었고 여름에는 하늘에 가득했다. 그리고 하트 모양 잎사귀들이
바람과 사랑을 속삭이듯 휘날렸다. 시도 때도 없이 새들도 찾아와 사랑을 노래했다.
어쩌다 마음이 자꾸만 가라앉을 때, 창문을 열고 푸르게 뒤덮인 나무를 올려다보면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사람아! 뭘 그리 혼자 끌탕을 하나? 다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어느덧 가을이 왔다. 대개 가을 맞는 나무들이 그러하듯 계수나무도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트 모양의 잎사귀들이 차차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벌써 하나 둘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어진 잎이 계수나무 아래 수북이 쌓였을 때였다.
바로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었다. 아침 출근길 교문에 들어섰을 때,
어디선가 달콤한 솜사탕 향기(?)가 솔솔 불어왔다.
‘어디에서 이처럼 달콤한 향기가 나지?’ 그 나무는 바로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는 계수나무 잎사귀에서
였다.
여름날 동그란 하트 모양으로 하늘을 뒤덮고 바람과 수많은 사랑을 속삭이다, 가을에 황금빛으로
물들고 떨어질 때, 달콤한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계수나무’는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