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나비 Mar 15. 2020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생각에 관한 생각≫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장 폴 사르트르



인생은 수많은 판단과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죽는 날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좋은 선택은 우리를 행복한 길로 인도해 주지만 나쁜 선택은 우리를 파멸의 길로 내몬다. 이처럼 인생을 사는 데에 있어서 선택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이 선택을 담당하는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선택을 담당하는 사고 체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을 줄이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우리의 사고 체계를 아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 시스템에 대해 알고 싶어 두껍디두꺼운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집어 들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처음 1장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유익하였다. 읽는 내내 '아하', '그래서 그런 거구나' 하며 연신 무엇인가 깨달아졌고, 편향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사고 체계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생각에는 오류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생각의 오류 체계 원인을 사고를 방해하는 감정이 아닌 타고난 인지체계에서 찾았다. 이 책은 우리의 판단과 선택에 관여하는 두 시스템의 기본 요소를 다룬다. 저자는 우리 안에 나타는 판단과 선택의 오류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오류를 정확히 인지한다면 판단이나 선택을 잘못해서 생기는 손해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 안에 두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우리 사고 체계의 두 시스템 


시스템 1 빠르게 생각하기, 직관, 어림짐작, 저절로 일어나는 정신 활동 등

시스템 2 느리게 생각하기, 이성, 신중한 사고,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 등




시스템 1의 놀라운 기능 - 직관 편향이 일어나는 방식 


연상 작용 


바나나, 구토 


이 단어를 보는 순간 1, 2초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 정신은 자동적으로 바나나와 구토의 인과관계를 시간 순으로 떠올리면서, 바나나가 구토를 유발했다는 대략의 시나리오를 짠다. 순식간에, 자동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일어난 반응이다. 시스템 1이 작동한 결과 다다. 우리는 어떤 단어를 보면 연상 활성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어떤 생각이 다른 생각을 촉발하면서 뇌에서 여러 생각이 연달아 폭포처럼 쏟아지는 현상이다. 시스템 1은 두 단어를 인과관계로 연결해 상황을 최대한 그럴듯하게 만든다. 이제 막 좀 더 그럴듯해진 사건에 대비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맞는 맥락을 지어낸다. 이로써 과거를 파악하고, 미래를 최대한 대비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82p-113p


적용점 - 인간의 사고는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막을 수 없다. 누군가가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그의 사고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낸 것이다. 편견에 빠진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평가했는데, 이 책을 읽고 인간이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 또한 어떤 편견, 편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으로,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자신에게 편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인간관계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점화 효과


실험으로 '플로리다 효과'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단어 다섯 개가 뒤섞인 문장을 주고 거기서 단어 네 개를 뽑아 문장을 완성하라고 했다. (finds, he, it, yellow, instantly) 이때 한 집단에게 문장 중 절반에 '플로리다', '깜박이다', '대머리', '회색', '주름' 등 노인과 관련된 단어를 섞어 제시했다. 문제를 푼 학생은 복도 끝에 있는 실험실에 가서 다른 실험을 해야 했다. 이 짧은 순간이 바로 이 실험의 핵심이다. 연구원들은 각 학생이 이쪽 실험실에서 복도 끝 실험실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몰래 측정했다. 바그가 예상한 대로, 노인과 관련 있는 단어로 문장을 만든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훨씬 느린 걸음으로 다른 실험실로 향했다. 노인이란 개념을 의식히지 못했는데도 행동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생각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 이 놀라운 점화 효과는'관념운동 효과'로도 알려져 있다.


관념운동 효과는 거꾸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다른 실험에서 대학생들에게 느리게 걸어 다니게 했는데 '늙다', '외롭다'등 노인과 관련된 단어를 훨씬 빨리 알아보았다. 즉 노인을 생각하도록 촉발했다면 노인처럼 행동할 테고, 노인처럼 행동했다면 노인을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생각에 관한 생각≫  82p-113p



적용점 -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에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환경을(책, 만나는 사람, 장소) 바꾸면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행동이 바뀐다. 부정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는 것이 내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점화 효과를 일이킬 것이다. 반대로 행동도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기분과 상관없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면 그것 역시 점화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한 점화 효과는 타인의 의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누군가가 나쁜 의도에서 일으키는 점화 효과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먼저 내 주관이 뚜렷하게 서 있어야 한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점화 효과 연구에서 새겨 둘 점은 우리 생각과 행동은 그때그때 환경에 우리 생각보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인지적 편안함이 주는 진실 착각


인지적으로 편안하면 대개 기분이 좋고,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고, 들리는 것을 믿으며, 직감을 신뢰하고, 현재 상황을 편안하고도 친숙하게 느낀다. 그리고 비교적 건성으로 대충 생각하기 쉽다. 생각은 착각에 취약하다. 아래 <그림 5>에서와 같이 반복해서 듣거나, 깔끔하게 표시되거나, 어떤 생각이 점화되거나, 기분이 좋으면 인지적으로 편안해져 친숙함을 느끼게 되고 진실이라고 느낀다. 인지적 편안함 또는 압박감에 따라 판단하면 예견된 착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연상 체계를 편안하게 작동시키는 생각은 편향되기 쉽다. 사람들에게 거짓을 믿게 하는 꽤 확실한 방법은 거짓을 반복하는 것이다. 친숙함은 곧잘 진실과 혼동되기 때문이다. 권위적인 기관과 마케팅 담당자 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82p-113p



"그것이 자주 반복된 탓에 우리가 그걸 믿게 된 게 분명하니, 다시 신중하게 검토해보자."

"친숙해지면 호감이 생긴다. 단순 노출 효과다."p113



적용점 - 독일 나치스 정권의 괴벨스는 온 국민을 히틀러에게 선동되게 만든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반복과 주입으로 히틀러의 생각을 진실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 시대에 독일 시민들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생각의 지배를 받았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에도 이러한 생각의 세뇌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통해, 자신의 이념을 설득하기 위해. 이러한 생각의 세뇌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시스템 1은 잘 속고 무엇이든 믿도록 편향된 반면, 시스템 2는 의심과 불신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시스템 1과 더불어 시스템 2를 잘 발달시켜 놓아야 한다.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 항상 why?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는 힘, 비판적 사고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고 개발해야 한다. 비판적 책 읽기와 글쓰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시스템 2 - 게으른 통제자


바쁘고 고갈된 시스템 2


"시스템 2의 주요 기능 하나는 시스템 1이 '제안하는'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고 통제하면서, 그중 일부는 곧장 행동으로 옮기고 일부는 억누르거나 수정하는 것이다." P74


자기통제와 인지적 노력 모두 정신노동이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과 유혹을 동시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유혹에 굴복하기 쉽다는 사실이 여러 심리 연구에서 밝혀졌다. 의지를 발휘하거나 자기를 통제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무언가를 억지로 해야 했다면 다음 작업에서는 자기통제력을 발휘할 의지나 능력이 줄어든다. 이런 현상을 자아 고갈이라 부른다. 감정이 고조되는 영화를 보면서 감정 반응을 억누르라는 지시를 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어떠한 실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지속되는 근육 수축의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자아가 고갈된 사람은 포기하고픈 마음에 더 쉽게 굴복한다. 


신경계는 신체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포도당을 많이 소모한다. 어려운 인지적 추론에 몰두하거나 자기통제가 필요한 일을 할 때면 혈당치가 떨어진다. 달리기 선수가 전력 질주할 때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이 줄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 논리를 과감하게 확대하면 자아 고갈은 포도당 섭취로 만회할 수 있다는 뜻도 되는데, 바우 마스터는 동료들과 더불어 여러 실험에서 이 가설을 확인했다.≪생각에 관한 생각≫  66p-81p


적용점 - 옛날 어른들이 하는 말씀 중에 머릿속에 복잡할 때는 중요한 선택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위의 실험의 결과들을 보면서 근거 없는 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혜로운 어른들이 하는 말은 새겨 들어야 한다. 정신이 복잡할 때 명상을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아 고갈이 나타날 때 포도당 섭취가 도움이 된다고 하니, 기억해 두었다가 부족하지 않게 적절히 섭취해야겠다.




지능, 통제, 합리성 


사람들을 자기 통제와 인지능력에서 순위를 매긴다면, 두 순위가 비슷할까? 월터 미셸은 제자들과 함께 이후 심리학 역사에서 매우 유명해진 실험을 실시했다. 바로 마시멜로 실험이다. 원하는 때에 작은 보상(과자 한 개)을 받을지, 힘든 상황에서 15분을 기다렸다가 더 큰 보상(과자 2개)을 받을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어떤 아이는 일찍 포기했고, 어떤 아이는 애써 정신을 딴 데 팔면서 과자의 유혹을 멀리하며 15분을 기다리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10년에서 15년의 세월이 지나, 이때 유혹을 거부한 아이와 거부하지 못한 아이 사이에 큰 간격이 벌어졌다. 유혹을 거부한 아이는 머리를 쓰는 업무에서 높은 실행 조절력을 보였다. 특히 주의력을 효과적으로 재분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마약에 손을 대는 일도 적어다. 지능에도 큰 차이가 나타나서, 네 살 때 자기를 통제했던 아이는 이후 지능 테스트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의력 조절을 개선해 지능을 높이는 시도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4~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40분씩 다섯 차례에 걸쳐 주의력과 통제력이 필요한 다양한 컴퓨터 게임을 하게 했다. 연구팀은 주의력 훈련이 실행 조절력을 높일 뿐 아니라 비언어 지능 테스트 점수도 높이고, 이렇게 향상된 지능은 여러 달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들의 집중력과 감정 조절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증명했다.


프레더릭은 시스템 2의 감독 기능이 약한 학생들의 특징을 연구하면서, 이들은 직관적으로 답이 떠오르면 옳은지 따져보지 않고 직관대로 대답하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무비판적으로 직관적 대답을 내놓은 사람은 시스템 1의 다른 판단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특히 이들은 충동적이고, 참을성이 없으며, 즉각적인 만족을 얻고 싶어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66p-81p


적용점 - 시스템 2의 기능인 자기 통제력은 인지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의 집중력을 키우는 것은 지능과 감정 조절력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자기 통제 능력(주의 집중력)은 유전자 뿐 아니라 부모의 육아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집중력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집중력 훈련에는 독서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고, 명상도 무척 도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성을 사용하는 것,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 토론, 글을 쓰면서 집중력을 키우고 비판적 사고를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내리려면 이 두 시스템이 조화롭게 잘 작용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인간은 대게 시스템 2 부분이 많이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 1이 자동적으로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상황을 어림짐작하고 판단하여 편향에 빠지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종 결정권자인 시스템 2에 영향을 주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시스템 2를 적절하게 작동시키는 방법이 중요하다.


위의 실험에서 아이들에게 자기 조절 능력(주의 집중력)을 키워주는 것만으로도 시스템 2가 발달되었다. 지능도 올라갈뿐더러, 직관이 이끄는 대로 섣불리 판단을 내리거나 선택하지 않았다. 어른이건 아이건 직관 편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평소에 신중성과 주의 조절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고, (편향되지 않도록) 많은 정보를 습득하여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2월 한 달 노벨 경제학 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박사의 생각 속에 퐁당 빠졌다가 나왔다. 점화 효과로 인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평생을 바친 유익하고 멋진 연구로 나의 두뇌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유익함을 준 대니얼 카너먼 박사님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큰 지혜를 얻고싶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