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학원 유치부에서 5세반을 맡고 있어요. 신학기 3월 한달이 지나고 4월 중순이 되었는데도 아직 엄마가 보고싶다며 우는 아이가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작년 한 해 어린이집도 제대로 못 다니고 집에만 있다가 등원한 아이들도 꽤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사회성 부분에서는 아직 미숙하여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우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안스러워요. 순간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오고 갑니다. 아직 교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나 서운하기도 하고,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분리불안을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이가 집에서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염려가 되기도 해요.
저도 어릴때 엄마랑 떨어지는 걸 엄청 힘들어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방학 때면 저와 동생은 시골 할머니에게 맡겨 놓고 가셨어요. 그때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하늘이 떠나가라 엉엉 울어댔어요. 뭔가 버림받은것 같은 느낌. 다시는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어요. 방학때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울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기억이 떠올라 우는 아이들을 보면 더 안스럽게 느껴지나봐요.
어제는 한달 내내 수업 중간에 엄마가 보고싶다며 서럽게 우는 남자아이에게 다가가서 한마디 해주었어요.
"뚝! 시간을 낭비하지마. 운다고 지금 당장 집에 갈 수는 없어. 그리고 넌 앞으로 3년 동안 유치원을 다녀야해. 어차피 겪어내야 할 일이야. 즐겨." (한번씩 아이들에게 성인에게 이야기 하듯 얘기하면 반응이 재미있어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네." 라고 대답하더군요. 알아들어서 그런걸까요? 오늘은 한번도 울지 않고 즐겁게 수업을 참여하더군요.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 아이에게 한 말은 또한 제가 저에게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피아! 걱정과 불안으로 시간을 낭비하지마. 네가 좋든 싫든 넌 이 인생을 끝까지 살아야해. 삶은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고 있고, 너는 네가 겪어야 할 일들을 겪고 있는 중이야. 그러니 즐겨!" 라구요.
그렇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것 이라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