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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비 Oct 09. 2019

사회적 나 Social Me

<타인의 영향력>

타인의 존재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하지만, 타인의 부재는 우리를 훨씬 더 험한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 ≪타인의 영향력≫



 1인 가정의 증가와 개인주의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홀로 라이프를 겨냥한 산업들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혼밥혼술족의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서점에 가면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나 혼자 여행하는 이유],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등의 책들이 즐비해 있고, 티브이에서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방송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몰려 사는 대도시에서 '혼자되기'는 사람 때문에 과민해진 마음을 보호하려는 전략이다. 복잡하고 바쁜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위해 치러야 하는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혼자를 찾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심리학 - 김병수>


 나도 요즘의 현대인처럼 혼자서 무언가 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남으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람들을 만남으로 인해 에너지를 뺏기는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후자의 경우인듯 하다. 그렇다고 사람 만나는 것이 싫은 건 아니다. 나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을 뿐이다.


 한동안 자기계발에 열중해서 사람들과의 만남은 단절한 채 책만 읽은 시간들이 있었다. 낮에는 일하고 퇴근해서는 책만 읽었다. 읽을수록 지식에 목이 말랐다. 책이 주는 기쁨은 모든 외로움을 잊게 만들어주었다. 조금은 현실도피도 포함된 것 같으나 그 시간을 통해서 내면을 바라보고 자아를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들을 가졌다. 고독은 성장의 기쁨을 준다고 한다. 혼자 있는 기쁨을 느꼈다. 사실 혼자가 아니었다. 매번 책의 저자들이랑 데이트하는 기분이었으까. 


 일정 시점을 지나니 어느 순간 성장이 더딘듯 느껴지고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 3월 다시금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에 지원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매개체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오랜 시간 동안 관계 맺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잊고 살았다. 씽큐베이션 2기 추천 도서들을 통해서 사회적 존재라는 나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사회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립되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타인의 영향력] 은 사회심리학을 다룬 책이다. 인간에게는 집단 성향이 있는데 긍정적인면과 부정적인면이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집단행동이 우리  개개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철저히 사회적 존재로 모든 영역에서 타인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타인의 존재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하지만, 타인의 부재는 우리를 훨씬 더 험한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독과 고립감의 경험들을 지나와서 일까? 그래서인지 [8장 혼자일 때조차 혼자가 아니다]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립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고찰한 챕터이다. 사회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립되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인상 깊었던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내 생각과 느낌을 덧붙여 보았다.



<중단된 눈가리개 실험>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중국이 한국전쟁에서 붙잡은 미군 포로를 독방에 감금해서 '세뇌'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이 방법을 실험하려고 열을 올렸다. 두 나라 국방부는 하버드와 맥길 대학교 의료센터에서 진행하는 일련의 연구 프로그램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참가비를 받은 지원자가 방음실 안에서 눈가리개를 하고 의미 있는 인간 접촉을 차단한 채 지내는 실험이었다. 

원래는 참가자들이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대부분 24시간 안에 그만두었다. 그들은 지속적인 불안, 방향 감각 상실, 정서 불균형, 공황발작, 손상되거나 비합리적인 사고, 집중력 상실, 극단적 동요, 청각과 시각의 왜곡을 비롯해 놀랍도록 다양한 증상을 보고했다. 심지어 생생한 환각까지 보고했다. 망상이나 긴장증이나 완전히 진행된 정신증 증상을 보인 학생들도 있었다.

맥길 대학교에서 실험을 주도한 심리학자 도널드 헤브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실험 결과를 보고 몹시 불안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중국인들이 포로들을 세뇌한다는 소식이 들리던 것과 별개로, 우리 실험실에서 며칠 동안 건강한 대학생에게서 평소의 시각, 청각, 신체 접촉을 빼앗는 방법만으로도 그 사람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는 결과는 또 다른 문제다." <타인의 영향력>


---> 단지 며칠 동안 타인과 의미 있는 접촉을 끊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 정말 놀라웠다. 세상에는 사회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부모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아이들, 독거노인들,  홀로 방에 틀어박혀있는 니트족이나 사회 부적응자들. 그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연민의 마음이 느껴졌다. 특히나 어린 시절  고립된 경험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한다. 미국에서 대형 총기난사의 가해자들을 조사해 본 결과 15명 중 13명은 깊이 있는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사회시스템적으로 아이들의 고립만이라도 피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서의 주요 기능은 사회적 기능이다. 공포와 분노, 불안과 슬픔의 감정을 중재해서 적절한 감정인지 스스로 판단하게끔 도와주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얼마 후 이런 감정은 우리에게 왜곡된 자아 감각이나 지각의 균열이나 심각한 부조리를 전달한다. 혼자 너무 오래 지내면 우리의 사회생활을 조절하는 바로 그 장치(정서)가 우리를 압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p290


이런 인내와 절망의 이야기에서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는 대체로 타인에게서 분리되면 크게 약해진다는 점이다. p323 


---> 만약 인간관계의 상처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있다면 결국 고립되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라면 적절한 거리를 두는 방법을 익히고 마음의 힘을 더 키워야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나 social me



 우리는 철저히 사회적 존재이다.  좋던 싫던 간에 타인에게서 분리되면 크게 약해진다. 저자는 할 수 있을 때 사회적 연결을 맺어두라고 당부한다.  


 이 책에 수록된 참고 자료들이 엄청나다. 저자인 마이클 본드는 <뉴사이언티스트> 수석에디터이자, 영국 왕립학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다. 명성답게 자료수집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거의 한 챕터 분량이 참고문헌으로 분류되어 있다. 사회심리학의 최신 연구 자료를 한눈에 읽은 느낌이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 시간을 내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에서는 고립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다. 사실 몇 년 전에 사회적 고립을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하류지향]이다. 일본 작가가 쓴 글인데 이 책을 읽고 내 나름대로 아이들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그때 남긴 글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마지막 말로 서평을 마친다. 


집단 정체성이 자기 정체성에 앞서고, 협력이 자율성에 앞선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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