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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Sep 04. 2020

아기 관찰하기

아기가 있어서 이 세상이 아름답다

아기가 100일이 지나면 뒤집기를 한다. 어느 날 아기가 뒤집기를 하자 이를 지켜보던 엄마가 신기하여 손뼉을 치며 기어보라고 소리친다. 아기와 엄마가 무언의 대화를 이어간다.

아기 : “저는 뒤집기도 너무 힘들어요.”

엄마 : “아가야! 이리 오세요.”

아기 : “있는 힘을 다하여 기어가고 있어요.”

아기가 가까이 오자 엄마는 더 멀리 장난감을 옮겨 놓았다.

엄마 : “조금만 더 오세요.”

아기 : “엄마도 기어 보세요. 너무 힘들어요.”

아기는 너무 힘들어 머리를 바닥에 떨군다.     


엎치고 기는 때에 엄마는 감격하고 홀로 서서 한 발짝 걸으면 천하 장군이 된다. 엄마 말 한마디에 힘들어도 아기는 행복하다. 아기가 뒤집기를 하는 과정을 보면 얼마나 열심인지 대견하다. 엄마는 아기의 마음을 안다. 말이 없어도 서로 통한다. 시간이 지나면 거실 끝에서 식탁 아래까지 기어와 고개를 들고 웃는다. 배를 바닥에 붙이고 포복 자세로 군인들이 훈련이라도 하는 것 같다. 아기가 자연스럽게 하나씩 움직이는 행동을 몸에 쉽게 익혀가는 줄 알았는데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였다. 아기들이 있어서 이 세상이 아름답다. 티 없이 맑고 투명한 마음을 가진 아기들보다 고귀한 것은 없다. 이것이 우리 아기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른들은 자기 아기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 아름다움과 사랑을 배운다.     


아기들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눈물이 범벅되도록 울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웃는다. 그들은 속상했던 마음을 오래 담아두지 않는다. 그들은 순수한 영혼의 에너지를 엄마에게 주고, 엄마는 몸과 마음의 사용 방법을 아기에게 가르쳐준다. 아기가 오히려 엄마에게 주는 사랑의 에너지가 더 많다. 아기가 혼자 노는 놀이는 아기의 몸을 균형 있고 튼튼하게 자라게 한다.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 자연스럽게 많이 움직이면 밀고 당기는 사이에 몸이 저절로 단련되고 몸 전체가 골고루 발달한다. 아기들이 마음껏 움직이며 놀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유치원 아이들이 현장 체험학습으로 경찰서에 갔다. 그중 한 꼬마가 벽에 붙어 있는 수배자 전단을 보고 물었다.

“경찰 아저씨, 저 사진 속 아저씨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죠?”

“그렇지. 만약 길에서 이 아저씨들을 보면 신고하는 거야.”

그러자, 그 말을 듣던 아이가 말했다.

“그럼 저 아저씨들 사진 찍을 때 잡았어야죠.”    


감성적인 사람은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이성적인 사람은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인다. 인간은 군중이 되면 비이성적이고, 조삼모사의 얕은꾀에 넘어간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이 이성적이고 자기 세상을 통해서 할 말도 많다.


한평생 시계만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그는 늙었고, 마지막 작업으로 온 정성을 기울여 시계를 만들었다. 자신의 경험을 쏟아부어 완성한 시계를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이 그 시계를 보니 초침은 금으로 분침은 은으로 시침은 구리로 되어 있었다.

“아버지 초침보다 시침을 금으로 해야지요?”

아버지는 아들의 손목에 시계를 걸어주면서 말했다.

“초침이 없는 시간이 어디 있니. 1초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처럼 모든 일은 작은 것이 바로 가야 큰 것도 바로 갈 수 있다. 작은 것이 있어야 큰 것이 존재하고, 작은 일을 소중하게 여겨야 큰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큰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생산 증대와 부의 획득 과정에서 클수록 환영받았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력은 누가 더 작게 만드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큰 것보다 작은 것이 야무지고 큰 도시보다 작은 도시가 평화롭다. 유행이나 시대적인 변화에 가장 앞장서 나가는 것이 첨단이다. 첨단尖端에서 첨尖 자를 보면 아주 작거나 큰 것이 첨단사업이 되고 시대적 변화에 앞장설 수 있다는 뜻이다.     


큰 도자기가 웅장하고 멋있다면 작은 도자기는 작아서 더 예쁘고, 깜찍하고 사랑스럽다. 박물관을 둘러보아도 작고 아기자기한 보물들이 주먹보다 더 작으면 자세히 본다. 우리가 산책할 때도 큰길을 거니는 것보다 작은 길을 거니는 것이 더 운치가 있다. 오밀조밀한 공간에서 깊은 생각이 돋아나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하며,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옹기종기 햇볕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숲 속을 거닐거나 바람에 떨고 있는 작은 꽃잎을 들여다보면 세상의 아름다움이 온통 그곳에 모여 있다. 현대인들은 매일 바쁘다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찾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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