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의 선택의 시기
우리 집의 여섯 살 꼬마는 네 살 가을쯤 본인의 성이 왜 ‘김’씨인 건지 물었다.
아빠가’ 김‘씨이고, 엄마는 ‘이’씨인데
왜 본인은 ‘김’씨냐고…
우리나라는 대부분 아빠성을 따르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니
할머니 성과 할아버지 성을 묻는다.
우연의 일치인 건지 본의 아니게 친가도 외가도 전부 할머니와 할아버지 성이 같다….
아이에겐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 성을 다 따른 느낌인 걸까?
다섯 살 때 왜 본인의 이름인데 성을 엄마 아빠 마음대로 결정하는 거냐며 처음으로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다섯 살이 할 질문인 건가 생각하며 한 번의 우연한 에피소드로 그칠 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날 원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이 좀 당황하신 목소리로
“어머니, 반짝이가 본인의 이름을 ”이반짝“으로 불러달라고 친구들이며 선생님들한테 말을 한지가 좀 되었어요.
그림이나 노트 등 본인의 이름을 쓰는 곳에 “이반짝”이라고 쓰기 시작하는데요.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
이미 원에서 친구들은 이미 ‘이반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그즈음 본인이 그린 그림의 작가명이나 노트의 이름엔 ‘이반짝’이라고 써오기 시작했다.
하원 후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주 확고하게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 그래서 ’ 김반짝‘보다는 ‘이반짝‘ 이 되고 싶어. 이름을 바꿀 거야. ‘이반짝‘ 으로 “
너무 확고한 아이의 모습에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빠 성을 따라 이름을 정하고 있어서 ‘김반짝‘ 이 된 거라고 하니
엄마성을 따르는 아이는 없는 건지, 왜 내 이름인데 엄마랑 아빠가 정하는 건지 그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엄마성을 따르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엄마성을 따르는 아이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진 나는
일단 엄마와 아빠가 ‘김반짝’으로 정했으니
스무 살이 되어서도 ‘이반짝’으로 바꾸고 싶으면 바꿔도 된다고 했다.
아이와 대화 중에 아이의 말이 납득이 되기도 하면서도
다섯 살 아이가 할 생각인가 싶으면서도
아빠보다 엄마가 좋아서 엄마의 성을 따르고 싶다고 하니
엄마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거 같아서 다행이면서도
아빠 와의 애착관계가 안 좋은 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참고로 아빠와 잘 지내고 있음)
나는 엄마와 아빠가 같은 성이라는 이유와 더불어 이름의 성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새삼 새로웠다.
출생신고 할 때 내 배 아파서 낳은 아이인데 아빠 성을 붙이는 게 속상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아이도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인 거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기분이 좋기도 했다.
성을 바꾸고 싶다는 표현을 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처음에 굉장히 서운해하던 아빠는 이젠 무덤덤해졌으며
아이는 여전히 ‘이반짝‘이라고 기재를 하며 서운해하는 아빠 때문에 ’반짝‘이라는 이름만 쓰기도 한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정말로 아이가 ‘이반짝‘이라고 이름을 바꾼다면 어떨까?
사회의 시선에도 그 마음이 쭉 지켜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