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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an 23. 2020

미국에서 가장 힙한 여성, 33년생 루스베이더긴즈버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글은 틈틈이 뉴스레터 기고한 글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저는 대학 때부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생겼는데요, 아쉽게도 지금까지 대부분 남성이었습니다. 아직까지 남자가 조직의 높은 위치를 차지할 확률이 높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제 롤모델이 대부분 남자라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요, 함께 일하던 동료 덕분에 작년에야 여성 롤모델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여성도 본받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높은 사회적 위치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을 한다는 것이죠. 루스 베이드 긴즈버그는 27년 넘게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일하고 있는 33년생 여성입니다. 그리고 올해 86세의 나이인 루스는 미국에서 가장 힙한 여성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루스는 하버드 로스쿨에 다닐 때 학교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하지만 루스를 고용하려는 로펌은 없었습니다. 그가 여성이었기 때문에요. 루스는 자신의 직업적 소명인 법을 무기로 여성으로서 겪는 성차별에 맞섭니다. 변호인 시절엔 일부러 성차별 소송을 골라 맡습니다. 기혼 남자 동료들은 받는 주택 수당을 '여자라서' 못 받은 여성 공군을 위해(프론티에로 대 리처드슨, 1973), 아내를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데도 '남자라서' 보육 수당을 받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와인버거 대 와이젠펠드, 1975) 변호함으로써 여성이 겪는 차별이 '문제'라는 것을 세상이 인식하게 만듭니다. 대법관이 되고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판결하고, 자신의 반대 의견을 끊임없이 제출합니다.


루스는 미국에서 아이코닉한 여성이 되었습니다. 특히 한 여성 법대생이 Notorious B.I.G.라는 래퍼를 본떠 Notorious R.B.G.라는 블로그를 만들면서 바이럴 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루스를 여성 히어로와 합성한 이미지를 만들고, 그걸 옷으로 만들거나 문신으로 새깁니다. 33년생 할머니를요!



사람들이 루스를 좋아하는 건, 그의 법적인 업적뿐만 아니라 평온하고도 당당한 성품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참담한 인식 수준에 한 번쯤 화가 날 법도 합니다만, 루스는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거든요. 다큐멘터리에서 루스가 실제로 법원에서 말하는 음성을 들려주는데, 분노할만한 언사에도 아주 차분하게 반박합니다. 그는 소송을 '가르칠 기회'라고 보았고, 모든 성은 평등하다는 것을 세상에 가르쳐 줍니다.


루스는 사람들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지 않도록 자신의 반대 의견을 널리 알린다고 합니다. 저는 루스와 같은 여성에 대한 책과 영화가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깨달으면 좋겠어요. 또 제 롤모델 리스트에도 남자만 가득하지 않기를, 반대로 제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하려는 부탁은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 달라는 것 뿐입니다." - 세라 그림케, 1837년



What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When 불평등을 겪어 분노가 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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