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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현 Jul 06. 2017

눈으로 말해요

눈동자로 보이는 심리

아빠와 유치원 생 아들이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한다. 아빠와 아들 사이에 말다툼 자체가 성립이 될 수 없겠지만, 좀처럼 아들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꼬박꼬박 아빠에게 말대꾸를 하고 있다. 아빠는 아빠대로 위엄을 갖추고 얘기하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아들에게 한마디 한다. 

 “아빠가 이렇게 해라 하면 고분고분하게 ‘네에 알겠습니다. 아빠’ 해야지 어디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아빠한테 말대꾸야! 너 그거 누구한테 배웠어? 이 놈 자식 너 아빠한테 정말 혼나 볼래?”

아빠의 고함에 움찔한 아들, 아빠가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한다. 

“아빠는 무슨…… 그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얘기하지, 누가 눈을 세모, 네모로 뜨고 얘기하는 것 봤어요?”

 실제로 내가 들었던 어느 아빠의 이야기이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직장 동료인 그 아빠와 배를 잡고 웃었는데 무슨 내용으로 부자가 옥신각신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빠의 마지막 이야기는 아직도 생각이 난다. 

 “하그 녀석이 나한테 한 말이 정말이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한마디도 안 지고 다 받아치더라니까.”  ‘눈이 휘둥그레졌다.’라는 말도 있듯이 동공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만큼 눈을 보면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노련한 상인들은 물건을 판매할 때 상품을 보는 고객의 눈동자를 유심히 본다고 한다. 상품이 마음에 들었을 때는 동공이 확대되고 별 관심이 없을 때는 반대라고 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고객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볼 수 있는 상인이 있을까? 아무튼 어느 영화에서도 도박판에서 강한 패가 들어왔을 때는 동공이 크게 확대되고, 아주 나쁜 패가 들어왔을 때는 동공이 축소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이것 역시 동공이 순간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지는 모습을 바로 확인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동공의 크기는 확인하기 어려울지라도 눈이 커지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마치 앞에 얘기했던 아들의 눈처럼. 그 아들은 모르긴 해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빠가 많이 야속했을 것이다. 자신의 진심을 아빠가 모른 척했기 때문에. 그래서 눈이 커지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아빠에게 자신 있게 얘기했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얘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신감이 넘치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눈이 커지거나 동공이 확대되는 것은 앞서 상인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강한 호기심이나 아주 좋은 감정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박현욱 의장 편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면 이 눈동자와 관련한 재미있는 글이 있다. 눈의 크기가 과연 그 사람의 어떤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다음 글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페인 프리메가리그의 열성 팬인 두 사람 덕훈과 인아. 덕훈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고 FC바르셀로나의 팬인 인아가 두 팀이 맞대결을 하는 어느 날, 같이 TV를 보다가 역대 맞대결 결과를 놓고 얘기를 한다. 당연히 덕훈은 레알 마드리드가, 인아는 FC 바르셀로나가 맞대결에서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원 하나 들어주기 하자.”

“콜, 덕훈 씨부터 말해 봐. 뭘 가지고 레알이 역대 전적에서 앞선다는 거야?”

“어허, 나 평범한 레알 팬 아니야. 지금까지 레알 하고 바르셀로 나하고 143회 맞붙었는데 레알이 63승 25 무 55패로 앞서 있다고. 무려 8승이 나더 많이 거뒀어”

나는 의기양양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소원을 말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건 프리메라리가 전적만 그래.”

“뭐라고?”

“축구 시합이 라 리가밖에 없어? 스페니시 컵도 있고 챔피언스 리그도 있고 친선 경기도 있어. 그런 거 다 합치면 지금까지 바르샤하고 레알이랑 한 시합은 143경기가 아니라 221경기야. 그리고 역대 전적에서 바르샤가 92승 46 무 83패로 앞서있다고.”

 나는 잠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 내가 이겼지?”

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을 때 덕훈은 알아차렸어야 했다. ‘아차, 내가 모르는 게 있었구나.’ 완벽한 반격의 기회를 잡은 인아의 눈동자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확대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하지 못한 일격을 당한 덕훈의 표정은 어땠을까? 자신도 모르게 눈을 껌뻑이며 시선을 어디에 둘 지 몰라 허둥대지 않았을까?

 ‘나는 눈만 껌뻑이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 내가 이겼지?” 원문을 이렇게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기도 하다.

눈을 순간적으로 크게 뜰 때의 감정 상태와 반대로 눈을 깜빡인다는 것은 상대의 말과 행동에 동요하거나 허를 찔릴 때나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 스스로 진정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물론 자신이 눈을 깜빡이는지 스스로는 알아챌 수 없다.

 1996 미국 대통령 선거 TV토론회 때 후보자인 빌 클린턴과 밥 돌의 눈 깜빡임 횟수를 뉴스위크가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때 밥 돌 후보는 147회, 클린턴 후보는 99 회를 깜빡였다. 그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클린턴의 승리로 끝났다. 그 이후 5번의 대선에서 같은 조사를 했는데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

 눈을 깜빡인다는 것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킬 때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이기도 하지만, 그걸 보는 사람에게도 역시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눈동자의 움직임이 얘기해주는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비밀. TV 홈쇼핑에서 쇼호스트가 눈을 왼쪽 위로, 혹은 오른쪽 위로 올리면서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왼쪽, 오른쪽 어느 쪽을 보면서 얘기할 때 믿을 수 있을까? 

 우리의 눈동자는 왼쪽으로 움직일 때는 우뇌의 영향을,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는 좌뇌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지금 바로 ‘내가 어제 이 시간에 뭐했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눈동자는 왼쪽 위로 향하게 된다.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옆에 있는 친구나 동료, 혹은 배우자에게 물어보라. “어제가 시간에 뭐했어요?” 그럼 상대는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른쪽 위로 향하게 된다. 대부분 잘 알다시피 우뇌는 이성과 논리의 영역을 담당하고, 좌뇌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담당하는 영역이니만큼, 과거의 일이나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뇌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눈동자는 왼쪽 위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만약 과거의 일이나 경험을 거짓말로 꾸미거나 한다면 좌뇌의 영향을 받아서 오른쪽 위로 움직이게 된다. 

 만약, TV 홈쇼핑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만났는데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 쇼호스트의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보시길. 시청자 입장에서 쇼호스트의 눈이 왼쪽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사실이 아닌, 뭔가를 꾸며서 얘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땐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길. 그리고 반대로 쇼호스트의 눈 이화면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면, 그 쇼호스트가 상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쇼호스트도 사람인지라 모든 상품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다. 밝혀서는 안 될 영업 비밀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눈은 소리 없이 너무나 많은,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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