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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현 Jul 16. 2017

여성의 잔소리

여성의 잔소리를 대하는 남성의 공통 심리

마음속으로는 ‘하지 말아야지. 절대로 앞으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게 잔소리다. 같은 칭찬을 여러 번 들어도 귀에 딱지가 앉을 판인데, 같은 잔소리를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 모두들 경험해 봤을 테지만, 뇌에 지진이 난다. 어느 분은 ‘선의의 잔소리’, ‘다 잘 되라고 하는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향기 나는 오물이 없듯이 ‘선의’와‘잘 돼라’는 말과 잔소리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은희경의 소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에서는 낙천적이며 유머가 많았으며, 고등학교 시절엔 밴드부까지 했던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주인공의 아버지가 집에서는 점점 말 수가 줄면서 어머니의 표현대로면 ‘폐병 환자’처럼 폐쇄적인 사람으로 변한다. 그러다 돌연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며 어머니와의 이혼을 선언한다. 아버지는 집을 떠나며 어머니에게 말한다. “당신이 싫은 게 아냐. 이곳에서 나는 빛바랜 달력 같아. 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새로운 인생을 느껴.”라며 폭탄선언을 하고 만다. 이 부부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겠지만, ‘빛바랜 달력’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어머니의 적극적인 대화 방식에 많이 질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자주 했던 적극적인 대화를 소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집에 들어왔으면 옷부터 갈아입어요. 옷도 사람 같아서 정을 줘야 은혜를 갚지 주인이 그렇게 고량 죽을 만들면 아무리 손질해도 돈이 안 나요. 저것 봐요, 안경을 또 방바닥에 벗어 놓네. 잠깐이라도 주의 안 하면 일은 꼭 그런 때 나는 거예요. 지난번에도 옷 갈아입다가 당신 발로 밟은 거 기억 안 나요? 저고리 이리 주세요. 아이고, 호주머니 속에 동전이 이렇게 많으니까 옷이 무겁지. 무조건 종이돈 주고 나서 거스름돈 받으면 세어보지도 않고 쑤셔 넣는 습관, 긋겠도다 성격하고 관계가 있어요. 귀찮다고 당장 편한 것만 취하는 것처럼 미련한 게 어딨어요. 길게 보면 그런 게 다 손해라고요. 사람이 두루두루 생각해야지 어떻게 코앞에 닥친 것밖에 못 봐요. 아, 왜 방으로 들어가요? 아이들 뭐하나 좀 거두기도 하고 마당에 풀 자란 것도 살펴보고 그래야지, 폐병환자도 아니고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아이들이 뭘 보고 아버지 본을 받겠어요. 그나저나 이 방에서는 담배연기 빠질 날이 없어, 저 저, 방바닥으로 재 떨어지겠네, 재떨이를 앞에 챙겨놓은 다음에 담뱃불을 붙이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그리고 그 땅 말이에요. 등기 떼어오는 거 안 잊어버렸죠? 어디 좀 봐요. 이 양복 주머니 속에 들었어요? 쯧쯧, 이놈의 동전이 거치적거려서 찾지도 못하겠네. 이러다 주머니 뜯어져서 중요한 거 잃어버리기 딱 좋지. 하찮은 것 같아도 습관 하나 고치고 못 고치고에 팔자가 바뀌기도 하는 법인데 당신은 매사가 그 모양이야. 아이고, 저 봐요. 기어코 재 떨어졌잖아요! 우리 집은 애고 어른이고 내가 안 챙겨주면 하는 짓이 똑같다니까!” 

아버지가 말이 점점 없어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지만, 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버지의 말이 점점 줄어들수록 어머니의 잔소리는 더 양이 많아지고 목소리도 더 커졌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부정적인 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쏟아졌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여성들은 속으로 격하게 반대를 하고 있지 않을까? ‘누가 그런 악역이 되고 싶어서 그런 줄 아나? 다 잘 되라고 얘기하는데 잘 안 고쳐지니까 그런 거지. 다 자기 할 일 알아서 척척 해 봐. 누가 잔소리를 해?’ 백 번옳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남 녀간의대화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 여성 입장에서 아무리 기분 좋게, 그리고 100% 선의로 하는 충고라도 남자는 때로는 언짢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여성은 남자의 요구나 기대를 넘어서는 과도한 충고를 하거나, 너무 비판적으로 지적을 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여성 입장에서는 무언가 잘 돌아가고 있더라도 그 상황에서 더 나아지게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 ‘무엇이든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남성에게 요구하는 것이 점점 많아질 수 있다. 반면 남자들은 간략하게 말하자면 ‘고장 나지 않았으면 고치지 말라.’가 가장 크고 확고한 성향이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대화 스타일 중에서 ‘그게 아니라 이게 맞다.’ ‘그런 건 안 되고 이렇게 고쳐라.’ 식의 말을 상당히 거북해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을 하면 가장 먼저 현실을 깨닫고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느끼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양말이 나 속옷 등 빨래를 꼭 뒤집어서 빨래 통에 넣는 걸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말을 안 듣더라.’고 푸념하는 쪽은 여성이요, ‘그냥 넣으나 뒤집어서 넣으나 어차피 빨래하는 건 똑같은 데 왜 그걸 사사건건 잔소리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쪽은 남성이다. 이럴 때는 ‘이것은 잘못됐으니 이렇게 고쳐라.’가 아니라 ‘다 좋고 사랑스러운 남편인데 요거 하나는 아쉽더라.’라고 말했다면 분명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했을 때 여성은 먼저 상대 남자의 좋은 점이나 노력의 가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높게 평가해주고, 뭔가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남자의 노력에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그 노력 을지 지해주는 것을 먼저 전달하는 게 최상의 대화 방법이다. 무엇보다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 은상대 여성이 나에게 지적을 한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는 바로 귀를 닫아버리고 말 수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 대신에 상대 여자가 나를 개선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질 때, 남자는 더 적극적으로 상대 여성의 아이디어를 물어보고 충고를 받아들인다. 이런 성향은 남자들이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하고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 대부분의 일을 혼자 고민하고 혼자 처리하는 것이 몸에 베인 남자에게 누군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충고하는 것은 충고가 아니라 지적 질이고 강력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남자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혹은 ‘나를 못 믿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입장에서 상대 남성에게 충고를 하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야 하겠지만, 질문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말할 때 남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꼬치꼬치 캐묻는 여자들의 질문 성향이다. 여성은 많은 질문을 통해 문제점을 새로 발견하고, 그러면서 서로 협동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무엇보다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강변하겠지만 역시 많은 질문도 자칫 남성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 남성에게 질문이나 충고를 해야 한다면, 그전에 간단하게나마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말을 전하라. 그렇다면 남자에게 아주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고 남자는 진심으로 상대 여성의 말을 받아들이게 된다. “제발 날 바꾸거나 고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나를 개선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 이런 생각은 전 세계 남성들의 똑같은 생각이다. 이런 느낌을 배제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 남자들은 여성의 그 어떤 충고나 심지어 지적도 흔쾌히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최상의 파트너로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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