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 Eun May 21. 2018

나의,

우리 사랑이 뱃속에서 나온 아이중에 

아기때부터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많던 반려견이 있었다. 

가족들은 그 아이보다 다른 아이를 키우자고 했고, 나는 그 아이를 키우자고 했다.

결국 둘다 키우게 됐다.


사년 전,

아파도 전혀 아픈 내색 하지 않다가 발견한 아픔에 놀랐고,

모든 걸 무서워하는 아주 약한 반려견.

자연스레 내가 제일 예뻐하게 됐고, 그 아이도 나를 가장 찾았다.


며칠 전 그 아이 등에서

우리집 가장 막내인 등치 큰 보더콜리가 문 자국이 보였다. 

그 때는 별 것이 아니겠거니 하고 상처치료하고 넘어갔다.

어제도 치료하고, 약을 먹였는데 아이가 전혀 움직이지를 못했다.

내가 화장실에 가자, 움직이지 못한 아이가 나를 보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결국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를 편한 곳으로 옮겼고,

다행히 살아서 오늘 병원에 갔다.

가는 내내 부들부들 떠는 아이의 몸이 참 안타까웠다.


내가 정말 외로울 때 곁에 있어준 친구나 다름 없는 아이였다.

다른 곳에 떨어져 있을 때, 내가 데려가서 키웠는데 

얼마나 불안해하던지.

그 때 생각이 났다.

나도 참 외로웠는데, 그 때 친구가 되어줬던 녀석인데.


몸 전체에 퍼질 것 같은 딱딱한 독성에 아이가 죽어가고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니 수술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낯선 곳에 있으면 불안해 할텐데,

그 녀석이 참 불쌍했다.

아픈 아이를 둔 엄마는 더 슬프고 단단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파도 나밖에 모르던 그 아이를 문 나의 또 다른 반려견이 미워보였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깨었다는 소식을 한참이 지나서야 들었다.

나의 유일한 친구.

그리고 너의 유일한 친구.

나는 정말 외로운데, 뭔지 모를 모든 슬픔이 그 아이를 통해서 쏟아져 나온다.

모든 추억까지.


사랑하는 대상도 가지가지구나.

그 약하고 힘없는 아이가 참 안타깝다.

나같아서인지, 아니면 나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인지.


그래도 여전히 살아줘서 고맙다.

상실의 슬픔을

한꺼번에 겪고 싶지는 않으니..


작가의 이전글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