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세상은 따뜻하구나,

by HJ Eun

누군가 스벅 쿠폰과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잘 확인하지는 않는데 한참 뒤에서야 봤다.

가을이 오고 쌀쌀한데 선배가 생각나서 연락했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모르는 이름이라 잘못 보내신 것 같다고 답장했다.

답변이 왔다.

후배인데 이름을 바꾸었다고 했다.


사실 내가 해준 것도 없고 밥 한 끼 사준 적도 없는 후배였다.

그런데 내가 살려고 발버둥 치면서 나락에 떨어질 때쯤 그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는 본인에게 선물을 달라고 했다.

선배가 밥도 잘 먹고 가을이니까 백화점 가서 블러셔도 사고,

내가 기분 좋은 것들을 해달라고, 잘 지내 달라고 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마음이 너무나 과분해서, 나에게는 어둠 속에 빛이 찾아들어온 것 같아서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영원토록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꼭 천사 같았다.

매일 우울해하며 시름시름 거리는 나에게 희망이란 없었다.

물론 나를 잃어버린지는 오래였다.

나도 소소하게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건지,

할 수가 없었다.

삼 년 동안 미용실도 한 번가고 머리는 잔머리 투성이다. 몸은 만신창이고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희망이 있을 리 없었다.


나는 오늘 희망을 엿보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 따뜻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 해준 것도 없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서 손 내밀어 주는 사람도 있구나,

를 생각하면서 그 친구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그렇게 또 하나 배워간다.

그리고 감사하다.


오늘 밤은 그나마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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