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이 푸르르게.

by HJ Eun

누군가는 한 번 돌아봐주기를 바랬다.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 주기를

녹아내려도 좋으니

따뜻한 빛이라도 비추어 주기를.


흙빛 속에 갇혀 살았다.

물을 주어도 피지 않았고

한참을 웅크러 들었다.


누군가는 꽃,

누군가는 나무,

누군가는 떨어지는 이파리가 될 무렵

깨달았다.

나는 나무인지도 꽃인지도 모를

씨앗이란 걸.


아무도 몰라주어서 흐느꼈던 날들이

돋아났다.

연익은 새싹이 되어

덧없이 푸르르게.


깨달았다.

나는 그 어떤 누구도 규정지을 수 없는,

나조차 알지 못하는

피움을 지녔단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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