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만 느끼는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라고 확정지을 만큼의 특징이다.
그 특징을 잃어버리면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것 같다.
사람들은 다른 삶의 잃음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보이지 않는 상실을 눈치챌 수 있을까.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상실의 직감이 곧 존재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간 나는 나 혼자만이 느끼는 고립감이나 외로움이 우울의 끝인 줄로만 알았다.
성인이 되고서 필요성이 충족되면 오롯이 혼자만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타인과 얽혀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혼자만 겪는 외로움보다 다른사람으로부터 받는 소외감이 더욱 고독하단 걸 깨달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 그 가벼움' 을 내던지고 나는 '존재의 무'로 가고 싶어졌다.
누구나 삶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존재는 전혀 가볍지도 않았고, 그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했다.
이번 해에 내가 숨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몇 번이고 생각했던 '없음'으로의 과정이 실재화 되고 있었다. 될 뻔 했다.
잠시 동안의, 단 일년동안의 시간으로부터 나는 사라져갔고, 서글퍼져갔다.
참았던 모든 것들이 속으로 썩어들어갔다.
나의 판단이, 일상이, 더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그동안 지켜왔던 굳건한 생각들이 무너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힘든 사람은 이렇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되어 있다.
바깥세계를 다루기에는 너무도 나약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약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사람들에 비해 약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그 곳으로,
또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의 판단력은 교만함의 산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