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맨 만큼 자기 땅

by 신서윤

모르는 것을 시작한다는 건 나에게 너무나 많은 두려움을 안긴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야 하고, 예상할 수 없는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아가야만 내가 설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움을 껴안고 한 발짝 어렵게 내딛곤 한다.

그리고 뭔가를 해내려 실수하고 헤매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헤매다 길을 잃어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을 하듯 빙빙 돌기도 하고 지쳐 그 자리에 주저 않아 한탄만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실수하고 헤매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내 것’이라 부를 수 있었을까? 걸어가고, 길을 잃고, 때로는 돌아오면서 나는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갔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헤매었는지가 곧 나만의 스펙트럼을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주저앉고, 되돌아간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믿는다. 그리고 결국 시간들이 결국 내 것이 된다고 말이다.


헤맨다는 것, 불안하다는 것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라 했고, 그 존재를 ‘염려’라 했다. 삶은 염려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늘 불안하고, 주저하며, 고민한다. 그 불안과 염려 속에서 우리는 결정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불안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무언가를 염려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불안을 피하려 하고, 안정적인 길을 찾으려 한다. 나처럼.

그러나 불안을 피하려는 순간, 우리는 멈춰버린다. 불안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방향을 찾고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사유하고, 성장하며,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안을 이겨내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말했다. ‘삶은 끊임없는 길 잃음’이라고. 우리는 길을 찾고, 잃고, 다시 찾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길을 잃었다는 건 새로운 길을 발견할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길을 잃는다는 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니까.


헤맨다는 건 실패가 아니었다. 이건 헤매본 사람만이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그 순간에는 막막하고 괴롭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아이가 넘어지며 걷는 법을 배우듯, 우리는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우리는 마치 땅따먹기 하듯 자신의 세계를 넓혀간다. 물론 헤맴 없이 직진으로 성공을 향해가는 이들이 제일 부럽지만 난 그런 류의 행운이 따르는 사람은 아닌 듯하다. 그저 맨땅에 헤딩하듯 찾아가야만 하는 류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가 본 골목길에서 길을 잃으면 불안하다. 하지만 그 길을 다시 걸을 땐 다르다. 벽돌 하나, 오래된 간판 하나까지 눈에 들어온다. 낯설었던 공간이 익숙한 곳으로 변하는 순간, 그 길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삶에서 헤맨 시간과 경험은 결국 내 것이 된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배우며 내 삶을 만들어간다. 길을 잃는 과정이 나를 성장시킨다.


우리는 종종 삶이 ‘레벨업’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단계를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과정이다. 무언가를 정복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고, 나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헤맸다면, 우리는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느끼며,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겪은 혼란과 실수의 흔적들은 결국 나만의 땅이 된다. 우리가 헤맨 시간, 고민했던 순간, 염려하고 불안했던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길을 잃었다면, 두려워하지 말자.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

이건 누구보다도 나에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