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보호 필름을 벗길지 말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삶의 태도와 관련이 깊은 것 같다.
나는 대체로 보호 필름을 벗기지 않는 편이다. 새로 산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본체를 덜 다치게, 덜 손상되게 보호하고 싶은 약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나에게 보호 필름은 단순한 비닐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애착과 집착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보호막을 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투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약하고 숨고 싶은 마음처럼 물건의 보호막도 다치게 하거나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내 성격이 드러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가끔은 반대로 보호 필름을 벗기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 위로 보이는 기포나 흠집이 신경 쓰일 때, 혹은 본체의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즐기고 싶을 때 말이다. 보호 필름 아래 숨겨진 반짝임과 촉감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이때의 나는 어쩌면 물건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자유롭게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보호 필름을 벗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더 이상 조심스럽게 아끼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온전히 누리겠다는 결심일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작은 흠집이나 마모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흠집들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흔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삶에서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얻는 경험과 기억일 테니까.
이 부분에서 문득 생각이 이어진다. 나는 왜 그 흔적들에 대해 겁을 먹는 걸까? 기질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기질이라는 게 또 그렇지 않은가. 아이들을 키우며 느낀 바로는 기질이야말로 "어쩔 수 없음"의 대표 선수다. 이렇게 생각이 깊어질 것 같으면, 나는 잠시 생각의 깊이를 살짝 떠서 다시 건져 올려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넘겨버리기로 한다. 괜히 너무 심오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여하튼 보호 필름을 붙이고 살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벗길 것인지는 결국 각자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는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스며 있다. 내가 오늘 보호 필름을 벗길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물건 사용에 관한 결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아직도 내 손에는 벗기지 않은 보호 필름이 있다. 손끝으로 만져지는 그 얇은 막이 오늘따라 묘하게도 삶의 어떤 무게를 대신하는 듯하다. 나는 오늘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보호 필름을 벗길 준비가 되었는가? 묻고 싶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