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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초아 Dec 18. 2023

대한민국에서 좋은 상사를 만날 확률

완벽한 부모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건 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이다. 

상사는 회사생활의 기쁨과 슬픔의 크나큰 지분을 차지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로 소중한 나의 하루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줄곧 상사에게 미움을 받았던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르면서 우리의 사이는 묘하게 멀어져 갔다. 그러다 급기야는 적대적으로 변하기까지 했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미움받는 게 서럽고 힘들어서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그마저도 조금씩 무뎌졌다. 상사란 원래 저런 존재라고, 변덕스럽고 아랫사람을 착취하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양한 유형의 상사를 거치면서 이 관계의 패턴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왜 나는 상사와 끝까지 잘 지낼 수 없는지 못내 자괴감이 들었다.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얻고자 상사가 된 친구들 또는 상사와 잘 지내는(것 같은) 친구들에게 상담도 해보고, 전 직장 선배들에게 무작정 연락을 해서 나에 대해 묻기도 했다. 관련 서적이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서 노력한 끝에 최근에서야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1. 상사의 말에 YES라고 대답하라.

대한민국 상사는 잘난척하는 직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직원이 아무리 맞는 말을 했고 본인의 말이 틀렸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일단 무조건 네,라고 말해야 한다. 왜냐면 그 사람은 당신의 상사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을 나는 받아들이고 업무에 반영을 해야 한다. (설사 그 일이 모래로 밥을 지으라는 지시라 해도 말이다.) 지시상의 오류는 내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 이걸 몰랐던 나는 팀장의 지시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논리적으로 대꾸했었다. 주변 예스맨들을 극혐하며 말이 되는 소리만 했던 나는 결국 팀장에게 미운털이 박혀버리고 말았다. 만약 도무지 네,라고 할 수 없을 때는 "네 그리고~ (반대되는 나의 의견)"을 넣는 식으로 대답하라. "네 그런데요~"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그의 기분은 벌써 하강곡선을 그린다. 


2. 상사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인간이란 본디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더욱이 상사들이란 치열한 경쟁이 있는 회사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만큼이나 자신이 무능한 상사는 아닌지 내심 두려워한다. 그런 그들에게 '도움'이라는 말을 쓰면서 접근하면 그들의 마음이 열릴 확률이 크다. '제가 이 부분이 어려운데(또는 잘 모르겠는데/자신이 없는데) 팀장님의 도움이 필요해서요.' 그 순간 그들은 유능한 포지션에 자리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심 안심하고 흡족해한다. 부하직원들은 어느 순간치고 올라올지 모를 잠재적인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당신은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나는 한참 더 배워야 하는 사람이라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면서 팀장의 스스로에 대한 효용가치도 올려준다. 거기에 '팀장님 덕분에~' 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면 금상첨화다. 


3. 상사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표현하라.

상사도 사람이다. 하루 중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일만 할 수 없다. 물론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게 최고다. 일을 못하면 기본적으로 상사와의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하지만 그와 인간적인 교류를 맺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을 조금 못해도, 실수를 하더라도 스무스하게 넘어갈 확률이 크다. 나의 상사 중에 매우 딱딱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있었다.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이 팩폭을 날리곤 했다. 하루는 팀에 새로운 사람이 입사를 했는데 팀장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자신의 솔직한 고민을 말하고 팀장과 마음 터놓고지내는 사람이었다. 팀장이 이 사람에게만 너그러운 피드백을 줬던 기억이 있다. 인간적인 유대감이 쌓이면서 거기서 후광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팀장의 기분에 따라 나쁜 것도 좋게 보이고 좋은 것도 나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니 인간적인 관심을 표현하며 유대감을 쌓아두는 건 매끄러운 관계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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